[사설] 개원부터 파행 22대 국회, 의장이 '여야 협력' 중심 잡아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당이 단독 소집한 본회의가 그제 열리며 22대 국회가 정식 개원했다. 야당 단독 개원은 76년 국회 역사상 처음 있는 파행이다. 야당은 단독 소집으로 뽑은 새 국회의장과 함께 본회의장 안에서 여유만만이고, 여당은 바로 밖에서 규탄 집회를 열어 울분을 터뜨리는 대조적 장면이 연출됐다.

의회 민주주의를 주도해야 할 다수당의 책무를 망각한 채 상대를 조롱하며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은 초유의 단독 개원 강행으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 국회의장은 다수당, 법사위원장은 제2당, 대통령실 담당인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는 관행을 무시한 채 상임위 독식을 밀어붙이고 있다.민생 입법을 외면하고 악법 입법에 매달리는 야권 행태도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채 상병·대통령 부인·검사,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자제를 겨냥한 특검법 통과에 올인한 모습이다. 하나같이 일방적이고 편향적 조항이 가득해 그대로는 쓰기 힘든 법안들이다. 여기에다 재판과 수사 결론이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판검사를 고발할 수 있는 ‘법 왜곡죄’ 입법까지 공언했다. 정의와 진실을 확정하는 사법기관마저 자신들이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외에도 22대 국회는 임기 시작 불과 1주일 만에 비상식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권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맞춤 당헌’ 의지를 노골화했고 한때 유력 국회의장 후보였던 의원은 ‘6행시 챌린지’를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놀이에 몰두 중이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균형감과 자존감을 상실한 듯한 신임 국회의장의 낯선 모습이 특히 실망스럽다. 의장 취임 전부터 정파성이 유별난 유튜브 채널에 나가 대통령 험담을 늘어놓더니 취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의장 선출 직후 그는 ‘7일까지 상임위 배분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법대로 처리하겠다’며 여당에 엄포를 놨다. 거야의 악법 폭주와 대통령 거부권의 대충돌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취임 직후 소집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상대를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부여된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자제가 민주주의의 요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