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발레리노] 중력을 거스른 몸짓…발레를 해방시키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바슬라프 니진스키
“중력을 무시하며 춤을 춘다.”

역사상 가장 재능있는 발레리노로 손꼽히는 바슬라프 니진스키(1890~1950). 그에 대한 세간의 찬사는 불가사의한 도약에 관한 것이었다. 폴란드 출신의 가난한 소년이 러시아 황실 발레학교에 입학해 주목받은 건 이 천부적인 재능 덕분이었다.그의 춤에 매료된 러시아 왕자 덕에 그는 귀족 사교계에 발을 들였고 예술비평가이자 기획자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에 합류한다. 이 발레단은 피카소, 마티스,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재능을 기부한 유명 발레단이었다.

니진스키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셰에라자드’ 등 무수한 작품에서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면서 발레계에 문제작인 ‘목신의 오후’(1912)와 ‘봄의 제전’(1913)을 안무가 겸 무용수로서 선보였다. 지금에야 대작으로 여겨지는 작품들이지만, 당시에는 관중의 분노와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니진스키는 디아길레프의 후광에서 벗어나고자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예술만을 생각할 수 없는 불안감이 그를 짓눌렀다. 춤을 출 수 없어 마음의 병을 앓던 그는 20대 후반에 정신분열증을 진단받고 30년을 부침하다 눈을 감았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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