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헷갈리네'…檢, 오봉역 사망사고 불기소

오락가락하는 중대재해법 적용 기준

코레일 사망사고 무혐의 처분
"안전 조치의무 충분하다" 판단
이례적 결정에 산업현장 주목

"조사기관 따라 다른 잣대 우려"
대형 로펌 맡으면 불기소율 높아
검찰이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한 명이 사망한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망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게 검찰의 불기소처분 이유다.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한 기업에 대한 기소가 잇단 상황에서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현장에서는 검찰, 고용노동부 등 조사기관에 따라 적용 기준이 엇갈리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檢, 중대재해 이례적 불기소 판단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는 지난달 22일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 코레일 안전관리 책임자, 한국철도공사 등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정 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이다. 2022년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 우선 적용됐다. 5~49인 사업장에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시행됐다.

법조계에선 코레일에서 발생한 나머지 중대재해 사건도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레일 사업장에서 반복적인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코레일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점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2022년 코레일 사업장에서는 네 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직원이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에 끼여 숨졌고, 7월에는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10월에는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에서 직원이 열차에 부딪혀 숨졌다. 나 전 사장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잇단 사망사고로 인해 해임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규정과 예외 규정 등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고용부나 검찰 중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사건이 크게 좌우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法 적용에 대형 로펌에 수임 몰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김앤장, 태평양, 세종, 화우 등 대형 로펌들이 맡는 사건의 불기소 처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모호한 법 적용으로 인해 로펌의 역량에 따라 기소 여부가 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레일의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낸 화우에 앞서 김앤장은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 사망사고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아냈다. 검찰이 에쓰오일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대신 안전보건관리책임자(CSO)를 사고 책임자로 지목했으며 결과적으로 CSO도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판결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사망사고의 인과관계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논리 구조로 사건을 심리했다.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건 13건이며 이 중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1건에만 실형이 선고됐다. 나머지 12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유죄 판결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3호와 5호가 위반 사항으로 가장 많이 적시됐다. 이 법률 시행령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고(3호),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도록(5호) 규정하고 있다.

권용훈/곽용희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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