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FTA 체결국 韓도 '10% 보편 관세' 부과할 것"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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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비앙키 前 USTR 부대표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국도 10% 보편 관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초까지 미무역대표부(USTR)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담당 부대표를 지낸 세라 비앙키 에버코어ISI 수석정책전략가(사진)는 지난 4일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4’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도입한다는 트럼프의 정책을 피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채가 35조달러(약 4경8090조원)에 달하고 작년에만 7734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낸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수입 제품의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대중국 관세 60%로 상향 공약
바이든표 IRA 폐기는 어려울 것"
비앙키 수석정책전략가는 “트럼프는 국가 안보를 주장하며 FTA 체결국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FTA 상세 내용은 국가별로 다른 만큼 추후 협의 과정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무역정책 등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당선하면 대(對)중국 관세를 60%까지 일률적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며 “(저렴한 중국산 수입 공산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은 쉽지 않다고 했다. 비앙키 수석정책전략가는 “IRA 통과 이후 미국으로 제조업 기반을 옮긴 글로벌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폐지하면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IRA 폐지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앙키 수석정책전략가는 “한국은 2016년 트럼프 1기를 경험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며 “USTR 근무 당시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 관세 부과 등은 없었다”고 했다.
미 대선은 애리조나와 조지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4개 경합주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들 경합주는 적으면 5000표 차이로도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며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하던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가 신통치 않은 점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젊은 층 일부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점도 악재로 꼽았다.비앙키 수석정책전략가는 “미 유권자 상당수는 4년 전과 같은 후보들이 재대결을 벌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바이든은 나이가 너무 많고 트럼프는 ‘성추문 입막음’ 유죄 평결에 따른 범죄자 이미지가 약점”이라고 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인 탓에 작은 이슈로도 대선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함께 치러지는 미 의회 선거와 관련해선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