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오늘 첫 연가 투쟁…"반도체 생산 차질 없을 듯"

삼성전자 최대 노조, 단체 휴가 지침
노사갈등 장기화 속 노노갈등 조짐도
사진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7일 단체로 휴가를 내는 연가 투쟁에 나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조합원 전원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날 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활동 중인데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는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000여 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이날은 현충일과 주말 사이 이른바 '징검다리 연휴'인 만큼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아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연가 투장에 대해 "이번 파업 선언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고, 출하량 부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징검다리 연휴에 이미 일부 직원이 휴가를 신청했고 팹(반도체 생산공장)의 자동화 생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연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이날 단체 연가를 시작으로 꾸준히 단계를 밟아나갈 방침이란 점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총파업 역시 거론했으나 구체적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와 함께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서초사옥 앞 홍보트럭을 활용한 24시간 파업 농성의 '투트랙'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은 다섯달째 이어지고 있다. 노사 갈등의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이다.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참여한 노사협의회는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정했으나 전삼노가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이 무산되자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 후 재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시대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사업 부진도 이어졌다.메모리 업턴을 기대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로 '노조 리스크' 우려가 일고 있다는 데 대해 전삼노는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핍박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사 갈등 장기화 속 '노노갈등' 조짐도 보인다. 상급단체 없이 독자 노선을 걷는 삼성그룹 산별노조인 초기업 노조가 전삼노 행보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고, 과거 전삼노의 비위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면서다. 삼성 계열사 5곳을 아우르는 통합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 노조)은 올해 2월 출범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노조 등이 속해 있으며 조합원 수는 1만9800명에 달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