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3000 돌파…'홍해 사태'에 치솟는 해상운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해상운임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불거진 ‘홍해 사태’가 미국과 영국의 후티 공습으로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면서다. 지난달 31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SCFI)는 일주일 전보다 341.34포인트 오른 3044.77을 기록했다. SCFI가 3000 선을 넘은 것은 2022년 8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해운업계 비수기로 통하는 3∼5월에 운임이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서울 여의도 본사에 대형 선박 사진이 붙어있다. 한경DB

수출입 물동량의 운임 흐름 보여줘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해운 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가 해상을 거쳐 운송되고 있다. 해운업체들이 물건을 실어나른 대가로 받는 돈, 즉 운임의 추이를 보면 해운사가 장사를 잘하고 있는지는 물론 경기 상황까지 엿볼 수 있다. 해운사들이 운영하는 배는 크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으로 나눈다.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담은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아 운반하는 배로 완제품 수송을 주로 맡는다. 벌크선은 화물을 덩어리째 실어나르는 배로 철광석, 곡물, 석탄 같은 원자재 운송에 많이 활용된다.

SCFI는 여기서 컨테이너선 시장을 대표하는 운임지수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15개 주요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 등을 토대로 산출한다. 벌크선 업계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수로 발틱운임지수(Baltic Dry Index, BDI)도 있다.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가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벌크선 운임 등을 종합해 지수화한 것이다.

해상 운임이 크게 오르는 것은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조만간 SCFI가 4000 선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해 사태가 당분간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운임 상승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지난해 11월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50차례 이상 공격했다.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운항 거리와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운임 뛰면 해운사에 호재, 수출기업엔 악재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운임이 비싸지면 해운 기업 실적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증권사들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2분기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 뛰고 영업이익은 24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높아진 운임을 감당해야 하는 수출 기업에는 ‘폭탄’이 된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배를 이용할 때 장기 계약이 아닌 단발성(spot) 계약을 맺기 때문에 운임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코로나19 사태 당시와 같은 폭등세를 보이진 않지만, 경기 침체기라 수출기업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하반기 수출 바우처 31억원을 조기 투입하는 등의 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