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삼성의 엔비디아 진입 오래 안 걸려…반도체·전력株 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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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

글로벌 증시, 리셋 후 재상승 중

‘5월엔 팔아라(Sell in May·셀 인 메이)’는 증시 격언에도 주요 시장은 상승 장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가 여전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선호하는 것보다 높기는 하지만 점차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다. 여기에 실적 가이던스가 상향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혁명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중국의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도 시장엔 긍정적이다.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이 2조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와 HLB 신약 미국 승인 불발 등의 이슈가 있었다. 여전히 시장의 변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와 삼성전자다.

미국 인플레이션

한국 증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하다.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수출 기업이고, 직간접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국가의 물가가 낮아지면 금리 인하 여력이 높아지고, 수입이 증가한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된 고용과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둔화되고 있다. 이는 고용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업 물가 압력 완화로 이어진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36%를 차지하는 주거비도 주택 공급 증가로 작년 4분기부터 완화되고 있다. 6.5% 비중의 자동차 수리비, 보험료 및 항공료 등도 상승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기업이익

미 팩트셋(FactSet)이 분석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78%의 기업과 61%의 기업이 각각 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과 매출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은 6%로, 지난 3월 말 예상치인 3.4%를 상회했다. 분석가들은 기업들의 2분기 이익 증가 예상 평균치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할 것으로 봤다.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8.3%, 17.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이익 증가 전망치는 11.4%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하면 올해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다. 역사적 평균치를 상회한다. 증시 주변 자금도 여유롭고,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짐에도 지수는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한국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기업의 예상 순이익 총계가 올해 166조원이다. 내년엔 20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상승이 전망된다. 6월 이후 코스피 지수의 반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익을 주도하는 업종은 반도체,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기계, 화장품,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포진하고 있다.

하이닉스에 이은 삼성전자의 시간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HBM 공급의 주도권을 유지하며 작년 90%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45% 상승했다. 더불어 한미반도체도 함께 IT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계약 기대감으로 연초 상승한 주가를 모두 반납한 뒤 방향성을 찾고 있다. 역사적으로 삼성전자가 쉬는 장세가 지속되면 새로운 섹터가 크게 부각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2007년의 조선, 2009년의 '차화정', 2012년의 화장품, 2022년의 2차전지 등이 있다. 이번엔 전력기기와 전선 업종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 수출 관련 소비재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등 IT 섹터가 AI 혁명으로 유례없는 상승을 보여주고 있으나 HBM과 파운드리 부진으로 섹터 내에서 삼성전자만 좋지 않다. AMD가 이미 삼성전자의 HBM3를 구매한 걸 감안하면 엔비디아 진입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파운드리는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가 3나노 GAA 방식을 선호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AI 스마트폰과 비스포크 AI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나 PER 등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글로벌 주요 IT 기업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

공매도 재개와 금투세

공매도 재개 시점은 7월로 예정됐으나 한국거래소의 준비 미비로 내년 1분기로 늦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준비를 덜 한 것은 정부의 고의적인 지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되살아나면 3분기 장세가 작년과 달리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시행여부가 주목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야당의 대승으로 실시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는 중이다. 만약 실시된다면 배당세를 분리과세함으로써 주식투자 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으로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배당세를 분리과세하면 부동산과 미국 증시 대비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젝트와 조화를 이룬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6월 주식시장 전망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와 금투세 외에도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 주목한다. 만약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제한되고 중국의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으면 간접적으로 한국에 매우 불리할 수 있다. 현재의 미국 대선 판세는 팽팽하다. 승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확정되면 주가는 상승한다. 누가 승리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 이익 추세와 유동성이다. 물론 섹터별로 유불리는 존재하나 팽팽한 대선 형세를 감안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서 판단할 필요는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증시는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과 삼성전자의 반등으로 글로벌 시장 대비 상대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 부동산 장기 침체로 주식 외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현금화된 개인 투자 자금은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 주식시장 투자 비중도 커질 것이다. 유망 섹터로는 숨고르는 IT 섹터와 전력기기, 전선주가 있다.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는 음식료나 화장품, 방산 등 수출 섹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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