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전자', 삼성 얘긴 줄"…놀림받던 LG전자 개미 '환호'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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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8)#. 누군들 애증하는 '나만의 주식'이 왜 없을까요. 놓고 싶어도 놓지 못하고, 팔았어도 기웃거리게 되는 그런 주식 말입니다. 내 인생을 망치기도, 내 인생을 살리기도 하는 그런 주식.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내 인생 종목'을 만나게 됐는지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에서 '첫 만남',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기자페이지 구독을 눌러주세요. [편집자]
2008년 LG전자 매입한 투자자
"스마트폰 철수 당시 익절한 게 유일한 수익"
최근 AI데이터센터 사업 수혜 전망에 강세
글로벌 317조 공조시장…"해외경쟁력 필수"
이 투자자는 "처음 투자 이후 3년 만에 손절하고 고급 TV 판매 1위, 구글 인수설, 애플카 협력설이 나올 때마다 다시 매입했는데 한 번도 이익을 못 냈다"며 "되레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익절한 것이 유일한 수익"이라고 토로했습니다.
LG전자 주가가 AI데이터센터 수혜 전망에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AI시대가 도래하면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화를 위해 발열관리가 필수적인데, LG전자가 그동안 가전사업을 하면서 쌓은 냉난방시스템 노하우가 냉각장치 개발·운용에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실제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50%가 냉각용 전력에 사용되고, 데이터센터 운영자의 3분의 1 이상이 데이터센터 설치 후 전력 효율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전자 냉각시스템의 높은 전력 효율과 낮은 유지비용은 크게 부각될 전망"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LG전자의 냉난방공조 매출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 가능한 칠러(chiller)를 포함한 AI 냉각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며 "2030년 8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해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LG전자는 그동안 가전사업을 하며 이러한 '공조장치' 기술을 고도화했는데 2011년에는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산업장치에 쓰이는 칠러사업에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가정용 및 상업용 에어컨뿐만 아니라 중앙공조식 칠러, 원전용 칠러, 빌딩관리솔루션(BMS) 등을 아우르는 풀 라인업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이 됐습니다.
냉난방 공조 시장은 향후 AI데이터센터 증설 영향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냉난방 공조시장은 지난해 2335억달러(약 317조원)에서 2030년 3826억달러(약 519조6000억원)로 커질 전망입니다.가장 간단한 기술로 AI데이터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열관리 업체가 AI 시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 연구원은 "AI데이터센터는 서버 10만대 이상을 가동하는 전력 소모도 크지만, 서버에서 발생되는 열을 식히는 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며 "AI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절반이 냉각용 전력에 사용되는 만큼 AI 시대의 최종 주도권은 열관리 업체가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칠러'를 활용한 5만냉동t(RT) 규모의 냉각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북미 공략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RT는 물 1t을 24시간 내에 얼음으로 만들 수 있는 용량입니다. 2017년 LG전자가 국내 쇼핑몰 스타필드에 공급한 칠러 용량이 1만4720RT임을 감안하면, 스타필드 3.5개 규모 공간에 냉방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AI데이터센터 산업은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LG전자에 이미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지난달 말 기준 31.1%로 코로나 때인 2021년 9월(31.2%) 이후 가장 높아졌습니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는 단기 호재보다 중·장기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