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째라는 건가"…도시락 구독 '위잇' 먹튀에 분노

도시락 구독 서비스 위잇 4일 서비스 잠정 중단
현금 대신 자사몰 포인트로 환불
경찰, 위잇 운영사 '위허들링' 수사 착수
사진=위잇 공식 홈페이지 캡처
도시락 구독 서비스 '위잇’이 돌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선결제한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위잇 측은 운영난을 호소하며 선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몰 포인트로 환불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금으로 돌려받지 못한데다 서비스 중단으로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 없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위잇에서 구독 서비스 요금을 선결제한 고객 중 상당수가 서비스 중단 이후 환불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자들은 서울 관악경찰서에 위잇 운영사 위허들링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허들링은 지난 4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시스템 점검을 공지한 후 같은날 오전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요금을 선결제한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는 혐의를 받는다.위잇은 구독자가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 도시락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용자들은 매달 15일 다음 달 메뉴가 공지되면 미리 구독료를 내거나 포인트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다. 운영사에 따르면 위잇 서비스의 누적 회원 수는 약 19만명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당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직장인을 비롯한 1인 가구 사이 인기를 끈 결과다.

하지만 위잇은 운영난을 호소하며 지난 4일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더니,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차례대로 환불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위잇 측은 홈페이지에 "고객들에 좋은 점심 경험을 심어주자는 사명감으로 고물가와 지속된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유지를 위해 많은 위잇의 팀원들이 애써왔다"면서도 "당사 재무 상황의 악화로 인해 더 이상 서비스를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오랜 고민을 통해 서비스 중단이라는 어렵고도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SNS)상으로 진행하던 고객상담센터를 폐쇄해 소통 창구가 막히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실제 홈페이지상에 나와 있는 공식 번호로 연락을 취하면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를 바란다"는 안내 음성만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회사가 카드 결제 금액을 현금이 아닌 자사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준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를 중단한 만큼 포인트로 돌려받아도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없는데다 언제 정상화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구독을 위해 선결제해둔 고객들의 불만이 커졌고 피해자들이 대거 모인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까지 생성됐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일 위잇은 재차 공지를 내며 "고객들이 결제한 내역과 결제대행사(나이스페이먼츠)와 대사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환불은 자체적으로 환불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했고, 나이스페이먼츠와 협의된 범위내에서 환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환불은 결제대행사와 대사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사 작업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서 안내가 늦어진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불해준다고 노력한다는 행동을 취할 뿐이지 배 째라는 것 아니냐", "서비스를 중단한다는데 포인트로 준다는 거면 돈을 안 돌려준다는 것 아니냐" 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소비자 사이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먹튀'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모바일 바우처 머지포인트를 운영한 머지플러스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으더니,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적자 누적 상태에서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다 '환불 대란'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위잇 측의 입장을 받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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