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는데 노화까지 늦춘다" 돌풍…2030 푹 빠진 음식

저속 노화 식단 인기에 곤약밥 수요도 '쑥'
웰니스(건강) 트렌드 관련 식품 인기 지속
저속 노화 식단의 예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이유리 씨(27)는 요즘 '저속 노화 식단'에 푹 빠졌다. 저속 노화 식단은 신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식재료로 꾸린 식단으로, 주로 잡곡밥과 신선한 채소, 단백질 등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의 조합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 씨는 우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저속 노화 밥'을 해 먹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한 데 이어 관련 식품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직접 사 먹고 있다. 이씨는 "단순히 먹지 않고 살을 빼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뒤로 건강하게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30대 '다이어터'(살 빼는 사람) 사이 저속 노화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액상과당이나 단순 당류, 밀가루나 흰쌀밥 같은 정제 곡물을 피하고 현미·렌틸콩·귀리 등 잡곡을 섞은 밥과 통곡물, 신선한 채소로 구성된 메뉴와 식단에 지갑을 열고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저속노화식단과 관련 간편식 또는 식재료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우선 저속 노화 식단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 '저속 노화 밥'의 인기가 뜨겁다. 저속 노화 밥은 병아리콩이나 곤약쌀을 섞은 밥으로 탄수화물을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회사 즉석밥 '햇반 곤약밥'의 올해(1월~5월 기준) 월평균 판매증가율(전월 대비)은 23.5%를 기록했다.

이 제품들은 온라인상에서 "병아리콩을 불리기 번거로워 자주 먹지 못했는데 간편해서 좋다", "렌틸콩과 퀴노아가 씹히는 식감이 좋다" 등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단관리를 하며 밥을 먹으면서도 탄수화물을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저속 노화 식단 인기를 반영해 CJ제일제당은 올해 3월 곤약과 다양한 통곡물을 최적 비율로 배합한 '병아리콩 퀴노아 곤약밥·렌틸콩퀴노아 곤약밥'을 출시하며 관련 상품을 다양화했다.

또한 풀무원이 선보인 또띠아 제품 중 정제 탄수화물을 줄인 '통밀 또띠아' 제품도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제품의 올해 1분기 매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250%에 달해 또띠아 4종 전체 매출증가율(110%)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 제품에 대해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에게 간편하고 맛있게 영양 밸런스를 챙길 수 있는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저속노화식단' 관련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저속 노화 식단의 일환으로 단백질 함량을 강화한 신제품도 눈에 띈다. 동원 F&B는 2021년 출시된 닭고기햄 '리챔 프로틴'의 단백질 함량을 25% 늘린 고단백 닭가슴살 캔 '리챔 순살꼬꼬'를 출시했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이 한 캔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단백질 1일 영양성분 기준치(55g)의 약 70%를 섭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림도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단백질 쿠키 '오!늘단백 프로틴 쿠키' 2종을 최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20·30대 만성 질환자(고혈압, 당뇨, 비만)가 급증하면서 저속 노화 식단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저속 노화 식단은 식습관 변화를 통해 신체 노화 방지 및 몸의 염증을 줄여주는가 하면, '혈당 스파이크’(식사 후 급격한 혈당수치 상승)를 줄여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웰니스(건강) 트렌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여름을 앞두고 더 과열되는 분위기"라며 “저속노화식단이 인기를 끄는 것 외에도 건강한 한 끼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났다. 특히 SNS에 공유되는 좋은 정보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제품을 서로 추천하고 공유받아 사 먹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