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퇴직 교수님의 '1인 식당' 폐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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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동락일식집 셰프로 변신한 대학 교수가 있었다. 신간 <노소동락>을 펴낸 손일은 2017년 부산대 지리학과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에게 내재한 ‘요리 본능’을 발견했다. 6개월간 요리학원에 다닌 뒤 2019년 가을 개업했다. 서울 송파경찰서 뒤에 조그맣게 가게를 냈다. 1인 식당이었다. 어묵이 주였고 조림 달걀말이 가라아게 지라시스시 참치회 가이센동 나베 등도 팔았다.
손일 지음 / 푸른길
284쪽|1만8800원
식당 ‘동락’은 2022년 1월 폐업했다. 코로나19도 이겨냈고, 맛집으로 소문이 났지만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순 후반 노인의 체력으로는 혼자서 음식 준비와 서빙, 청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사람을 쓰기엔 인건비를 부담할 여유가 없었다.저자는 이렇게 회상했다. “몸은 고달프고 결국 중도 포기하고 말았지만 잃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오히려 얻은 게 더 많다. 밝고 다정한 아내에게 이렇게나 강한 면이 있었는지. 가족과 둘러앉아 재료를 다듬은, 그 작은 순간이 얼마나 오래가는 기억인지. 가게 안팎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얼마나 충실하게 견디고 지내왔는지를 또렷하게 느꼈다고 말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