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건너뛰고 코스피 노리는 'IPO 대어'

퓨리오사AI·메가존 등 상장 추진
파두 사태로 코스닥 문턱 높아져
시총 1조 이상 땐 코스피가 유리
▶마켓인사이트 6월 5일 오전 11시 19분

장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들이 코스닥시장 대신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코스닥시장의 문턱이 높아진 반면 시장의 성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 메가존클라우드 등 유니콘 기업 상당수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검토 중이다. 세미파이브 등 기업가치 5000억원 안팎의 기업들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당초 코스닥 입성이 예상됐던 곳이다.

그동안 성장성에 초점을 둔 기업이라면 코스닥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게임즈, HK이노엔, WCP, 파두 등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기업이라도 코스닥시장을 행선지로 낙점했다.분위기가 바뀐 이유로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코스닥시장의 특례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례 상장 기업의 기술성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매출과 미래 실적 추정치에 대한 세밀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단독 요건 등의 상장 통로가 오히려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유니콘 특례 상장’ 요건으로도 불리는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단독 요건은 2021년 신설됐다.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면 다른 재무조건을 보지 않는다. 당시 쿠팡 등 유망 기업이 해외 상장을 타진하자 도입된 제도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해당 요건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시가총액과 매출이 뒷받침되는 기업이라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어 굳이 코스닥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코스닥시장의 시총 상위권 기업이 속속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상황에서 코스닥시장의 ‘2부 리그’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SK오션플랜트,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올해도 포스코DX, 엘앤에프가 이전상장을 마친 데 이어 에코프로비엠, HLB, 파라다이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이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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