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노조 TSMC…"보너스 달라"며 파업하는 삼성전자 노조

현장에서

"TSMC는 中 침공 지켜주는
강력한 무기…월급보다 중요"
대만, 특별법 만들어 전폭 지원

노조 勢 강한 미국에서도
인텔 무노조 경영 이유 알아야

박의명 산업부 기자
“대만에 TSMC는 단순히 먹고사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TSMC에 대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TSMC 공장은 우리를 중국 침공으로부터 지켜주는 강력한 무기”라며 “월급 몇 푼 오르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TSMC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대만 사람들은 TSMC를 지원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린다. 그들에게 반도체는 생존의 문제이자 자부심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TSMC가 없다면 인공지능(AI)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TSMC 공장이 들어서기까지 정부는 관료가 아니라 ‘집사’를 자처한다. 국회는 특별 법안까지 마련해 전력과 용수를 지원한다. 최근 타이중시는 TSMC가 도시 전체 전력의 38%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뭄이 심하던 2019년에도 정부는 농사에 쓸 물까지 TSMC 공장이 있는 신주과학단지로 몰아줬다. 당장의 쌀농사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TSMC가 세계 곳곳에서 고용하고 있는 임직원은 7만7000여 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지난해 말 기준 7만4219명)보다 많다. 그런데도 1987년 창사 이후 노동조합이 결성된 적은 없다. ‘TSMC 직원이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7일 삼성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보너스 미지급’ 등을 이유로 사상 첫 파업에 들어갔다. 전삼노 조합원 2만8400여 명(전체 직원의 22%)의 대부분은 반도체 부문 직원이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수 시설이다. 노조의 세가 강한 미국에서도 인텔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글로벌 빅테크와 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지난 3~6일 대만 컴퓨텍스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 기자들이 삼성 노조에 대해 간간이 묻곤 했다. “정말 파업하는 건가요?” 노조 활동이 근로자의 권리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도체를 볼모 삼아 파업할 수 있다는 한국의 노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한참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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