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기 98대 무단철거…현대重 노조 '무더기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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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출퇴근 확인 위해 설치직원 출입 관리를 위해 조선소에 설치한 안면 인식기를 무단으로 철거한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간부들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노조가 이번 조치를 두고 “사실상의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철거 주도한 간부 13명 경찰 고발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인사위원회는 최근 노조 간부 8명에게 정직 3주, 2명은 정직 5주 징계를 의결했다.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위해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 등에 설치한 안면 인식기 98대를 무단으로 철거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직은 해고 다음의 중징계다. 인사위원회는 피징계자들이 요청하면 오는 14일 재심의할 계획이지만 감경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들은 지난 2월부터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 등에 안면 인식기를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결근했으면서도 출근한 것처럼 꾸며 임금을 받거나 퇴직 근로자 출입증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등 보안상 문제가 다수 발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인원 확인은 정문 집계, 식사 카드 확인, 일일 작업지시서 등 기존 방식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식기 설치가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냈고, 4월엔 안면 인식기를 직접 철거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근로자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은 철거를 주도한 노조 간부 13명을 경찰에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했다.
안면 인식기를 둘러싼 갈등은 노사가 진행하고 있는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협의·합의되지 않은 영상정보처리기기는 1개월 이내 철거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도 요구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