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현대소설계 거목…'토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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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작가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가 완간 30주년을 맞았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경리는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1955)과 ‘흑흑백백’(1956)을 <현대문학>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6·25전쟁 중 남편이 행방불명된 박경리의 초기 작품에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부인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대표 작품 중 하나가 ‘불신시대’(1957)다. 그는 이 작품으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받는 등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1960년대 들어 발표한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1962)을 계기로 작품 세계의 전환을 이뤘다. 통영이란 지역을 배경으로 역사적·사회적 변동에 따른 한 가족의 몰락과 네 딸의 비극적 운명을 개성적으로 그렸다. 1969년 집필을 시작해 1994년 5부로 완성한 <토지>는 박경리 인생을 바친 역작이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 다양한 계층과 이념,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고난을 담았다. 인간의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조망한 작품이며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번역됐다.
2008년 5월 5일 폐암으로 사망한 박경리 장례식에는 당시 현직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아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