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비싸고 늦어도 원전 되살리기…"2050년까지 3배로"

기후변화·전력수요 해법으로 주목…현실적으론 쉽지 않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따르는 여러 난관에도 기후변화 대응과 부족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산업 부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터센터 확장과 제조업 부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을 되살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있는 보글 원전 4호기를 찾아 미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면 원전 설비용량을 최소한 3배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50년까지 200기가와트(GW)의 원전 용량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으로 그랜홈 장관은 이제 2GW(보글 3호기와 4호기)를 확보했으니 198GW를 더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원전 산업의 실태를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랜홈 장관은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보글 4호기를 인내와 혁신의 결과라고 묘사했지만, 이 원전은 원래 계획한 일정보다 7년 늦게 완공됐으며 예산은 거의 200억달러(약 27조5천억원)를 초과했다.

건설 비용은 2배 이상으로 늘었고, 그 비용 대부분은 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WP는 그랜홈 장관이 원전 산업의 부흥을 다짐할 장소로 보글 원전을 선택한 게 희한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산업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이들조차도 미국의 원전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원자력 과학자인 맷 보언은 "마지막 원전 건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고려하면 주(州)의 에너지 규제당국이 이런 사업을 또 승인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보글에서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조지아의 이웃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전력회사 SCANA가 보글과 같은 웨스팅하우스 AP1000 원전 건설에 90억달러(약 12조4천억원)를 쏟아부은 뒤에 결국 2017년에 사업을 포기했다.

2020년 검찰은 SCANA 간부들이 원전을 기한과 예산 내에 완공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해 투자자와 전력 소비자들을 속였다고 기소했고, 간부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오하이오주에서는 전직 전기위원회 위원장이 전력회사 퍼스트에너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퍼스트에너지는 자사가 운영하는 원전에 주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당국자들과 모의한 혐의로 기소돼 2억3천만달러(약 3천170억원)의 벌금을 냈다.

최근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경우에도 뉴스케일사가 아이다호주에서 건설을 추진했지만, 예상 전력 단가가 계속 급증하자 당초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던 지역 전력 회사들이 발을 뺏고 사업은 취소됐다.

그런데도 바이든 행정부는 보글과 같은 대형 원전 건설을 장려하고 있으며 SMR 개발에도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랜홈 장관은 "SMR이든 AP1000이든 우리가 고려할만한 다른 설계이든 우리는 원전이 지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원전을 다시 찾고 있다.

작년 12월 캘리포니아주는 주에 필요한 전력의 9%를 공급하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의 수명을 2030년까지로 5년 연장했다. 그랜홈 장관과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지난 3월 2022년에 폐기한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15억달러(약 2조700억원)의 금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