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릴 수도 없고"…비닐도 안 뜯은 '김호중 앨범' 어쩌나

김호중 사건 이후 재소환된 '앨범 기부 문화'
상당 수 기관, 일방적 기부에 난처함 호소
사진=뉴스1
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 사건을 계기로 앨범기부 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검찰에 구속 송치된 후 일부 팬들이 그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며 두둔했으나,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의 한 장애인 단체 A 관계자는 "가수 김호중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며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 없고 난처하다"고 밝혔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선 특정 가수의 앨범 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 기록을 올리기 위해서나 앨범 속 다양한 포토 카드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다른 기관에 보내는 일을 '기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가수 팬들은 기관들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앨범을 모아 전달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A단체 사례처럼 여전히 일방적인 기부에 '처치 곤란'을 호소하는 곳들도 나온다.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2022년 801.5t으로 급증했다. 5년 만에 14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