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서 상주 살리고 사례는 한사코 거절"…여성 정체는
입력
수정
서울시 행정국 공무원·간호사 이영옥 사무관"생명을 지키는 자리에 항상 간호사가 있습니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장례식장에서 갑작스럽게 온몸이 경직되며 숨을 쉬지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상주가 한 간호사의 발 빠른 응급조치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이 간호사는 사례를 거절하고 조용히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홈페이지 내 '칭찬합니다' 게시판에는 '서울시청 이영옥 간호사님 오빠를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5월 26일 이모님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을 방문했는데 상주인 이종사촌 오빠가 슬픔과 충격에 갑자기 쓰러졌다"며 "몸에 경련이 오고 근육이 경직되더니 결국 숨을 쉬지 못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었다.
그는 119에 신고하고 대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으나, 상주의 얼굴과 손이 이미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었다. 그때 한 여성이 뛰어 들어오더니 "간호사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상주의 셔츠 단추를 풀고 다리를 세우라고 말했다고.A씨는 "(해당 여성이) 119 상황실과 영상 통화를 통해 오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며 필요한 조처를 해주셨다"며 "심폐소생술 하던 위치도 제대로 조정해주시고, 꼬집어서 반응도 살펴주시는 등 정말 정신없는 상황에 필요한 세세한 대응 조치들을 차분히 진행해주셨다"고 설명했다.
119 대원들이 도착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상주는 현재 의식이 돌아온 상태로 전해졌다. A씨는 "(장례식에서 만난 간호사 덕분에) 의식이 돌아왔고 말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에 사례라도 하고 싶어 연락처를 여쭸으나 한사코 거절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청에 근무하신다는 말씀을 기억하고 여기에라도 감사의 말씀을 올려본다. 간호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서울시 행정국 공무원이자 간호사인 이영옥 사무관. 이씨는 서울시립병원과 자치구 보건소 등지에서 근무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로 알려졌다. 올해 1월부터는 시 건강팀으로 자리를 옮겨 시청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씨는 "크게 티는 안 날지언정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자리에 항상 간호사가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식을 잃었을 땐 늦어도 6분 이내에는 호흡이 돌아와야 소생 가능성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많은 분이 심폐소생술을 익히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