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로 그려낸 '지옥의 풍경'…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라"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
김은진 개인전 '선명한 찰나'
7월 5일까지
'신의 자리-인산인해'(2022).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괴물, 인간의 머리를 쪼아먹는 거대한 새, 귀신과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형상의 생물들….

김은진 작가의 작품 ‘신의 자리-인산인해’ 속 각양각색의 이미지들은 강렬하고 기괴하다. 다양한 색으로 초현실적인 괴물들의 이미지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지옥의 화가’로 불리는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도 떠오른다. 중년 여성의 두피와 머리카락에 산맥의 이미지를 합친 ‘내려오는 길’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 작가의 전시 ‘선명한 찰나’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이처럼 너무나도 생경하다. 자개농과 흑판, 동양화 물감 등 전통 재료로 그린 작품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3년간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현대 사회의 부조리, 노화 등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sofudhsms rlf'(2015).
보기 조금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주제와 이미지의 조합이 참신하고 독창적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공과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개인전을 13회 열었다. 전시는 7월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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