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간 펼쳐지는 슈만의 음악세계, 줄라이페스티벌

예술가의집서 슈만이라는 바다 테마로 한달동안 공연
시와 음악의 완전한 융합 지향한 낭만주의자

"언제나 기쁨과 고통은 함께 온다. 기쁨 속에서는 진중하고, 고통은 기꺼이 받아들여라."
-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이 다비드 동맹 무곡집 악보 첫 머리에 적은 격언

다비드동맹 무곡집 악보

더하우스콘서트가 7월 한달 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슈만이라는 바다'를 주제로 '줄라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줄라이 페스티벌'은 7월 1일부터 31일까지 꼬박 한달동안, 하우스콘서트라는 살롱 음악회 형식으로 열린다. 줄라이 페스티벌은 2020년 베토벤으로 첫 선을 보인 이래 2021년 브람스, 2022년 바르톡, 2023년 슈베르트를 주제로 관객을 맞이했다. 특정 기간 집약적으로 한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해, 예술가가 사유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함께 듣고, 이들의 생애와 작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2024 줄라이 페스티벌 포스터.

올해의 주인공은 로베르트 슈만이다. 슈만은 시(詩)와 음악의 완전한 융합을 지향해온 음악가였다. 실제로 그의 곡인 '슈만 환상곡(Fantasie Op.17)' 악보 첫 머리에는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수풀'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슈만은 문학적 소양 위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쌓아나간 작곡가이자 사랑에 죽고 사는 낭만주의자였다.

슈만의 초상화(그린이: Joseph Kriehuber)

스무살에 접어들 무렵, 유럽 사회는 절대 왕정에서 시민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혁명과 반동이 사회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으나 음악계는 여전히 베토벤과 슈베르트로 대표되는 형식주의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슈만은 스승 비크 등과 함께 '음악신보(1834)'를 창간하고 다양한 필명으로 논객이 되어 작곡 뿐 아니라 문필가로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편 비크의 딸인 클라라와의 사랑은 그에게 음악적인 영감과 창작력을 샘솟게 만들었다. 탁월한 가곡과 시적인 표현으로 돋보이는 소품은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줄라이 페스티벌이 진행 중인 무대.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게 특징이다.

올해 줄라이 페스티벌 개막 공연은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김재원)가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협연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40명의 연주자가 참여할 개막공연은 연주자와 곽객수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색다른 볼거리와 상호작용이 기대된다. 15년 전 피아니스트였던 김재원이 이 곡을 연주했는데, 올해 지휘자로 변신해 연주를 이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개막공연 이후 2일부터 31일까지는 피아노 솔로와 포핸즈 작품, 오르간곡, 성악곡 등이 매일 울려퍼진다. 일부 클라라 슈만의 작품도 함께 소개될 계획이다. 한달 간 줄라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은 204명이다. 날짜에 따라 관객들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김다미, 피아니스트 김태형, 문지영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호르니스트 김홍박, 소프라노 홍혜란 등 유명 음악가를 만날 수 있다. 최근 음악계의 신예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장준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첼리스트 김정아, 이재리 등 신진 연주자의 무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매 및 날짜별 공연과 관련한 내용은 더하우스콘서트 공식 홈페이지(blog.naver.com/julyfestiv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공연 유튜브 생중계도 진행한다.

더하우스콘서트:
더하우스콘서트는 2022년 7월, 작곡가 박창수의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됐다. 2008년을 기점으로 집을 떠나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되며 살롱형 소규모 음악회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대학로의 예술가의집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월요일은 대형 음악당의 공연이 없는 날로 클래식 매니아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것. 줄라이 페스티벌은 매주 월요일의 정규 하우스콘서트를 7월 한달로 확대 개최하고 테마 작곡가의 생애와 작품을 탐구하는 자리다. 올해 슈만에 이어 내년 줄라이 페스티벌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세계를 소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