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협·유회승, 본업하는 엔플라잉 꼭 업고 튀어야 합니다 [리뷰]

엔플라잉, 7~9일 단독 콘서트 개최
이승협·유회승, 둘이서 꽉 채운 무대
강렬한 록에 '선업튀' OST까지 '풍성'
신곡 3곡 공개…폭넓은 스펙트럼 증명
5인 완전체 기대감 ↑
그룹 엔플라잉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늘 정말 미쳤네요", "너무 재밌어요"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관객들을 바라본 이승협, 유회승은 연신 흥분 섞인 감탄을 내뱉었다. 콘서트가 시작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공연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엔플라잉으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본업하는 모습이 가장 멋지다'는 말을 어김없이 증명해냈다.엔플라잉은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하이드 아웃(HIDE-OUT)'을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으로 9일까지 총 3회 진행된다.

콘서트명 '하이드 아웃'은 엔플라잉의 비밀스러운 아지트라는 뜻으로, 엔플라잉의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는 비밀 아지트에서 신나게 함께 놀아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콘셉트에 충실하게 조명이 어둡게 깔린 무대에서 막이 떨어지며 공연은 시작됐다.

강력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두 사람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많은 이들이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의 '옥탑방'으로 엔플라잉을 기억할 테지만, 사실 엔플라잉은 거친 록부터 힙합까지 다채롭게 구현해내는 밴드다. 공연의 포문을 연 곡 역시 록 메탈 장르의 '불놀이'였다. 무대 상단에서 피어오르는 불기둥만큼이나 뜨겁고 강렬한 시작이었다. 이승협은 묵직한 랩을 내뱉었고, 유회승은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의 보컬로 쾌감을 안겼다.이어 '비디오 테라피(Video Therapy)'까지 열광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승협, 유회승은 짜릿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무대 양쪽을 오가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랩, 보컬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실력을 드러내며 단숨에 몰입감을 높였다. 공연장의 열기는 금세 펄펄 끓을 정도로 치솟았다.

오프닝을 마친 후 이승협은 "첫 공연을 마치고 도파민이 너무 올라와서 잠자기가 힘들더라. 그 정도로 좋았다"며 설렘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유회승 역시 "어제 그렇게 뛰어놀고도 체력이 짱짱하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말해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거센 기세로 시작한 오프닝을 두고 이승협은 "이 공간이 우리가 비밀스럽게 지켜온 아지트이지 않냐. 그래서 아지트 출정식의 느낌으로 세게 해본 것"이라고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래퍼가 있는 밴드라는 강점을 지닌 엔플라잉은 그 어느 팀보다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직접 곡 작업을 하는 이승협을 필두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보유 중이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명곡 부자'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펼쳐 보였다. 감성적이고 싱그러운 느낌의 '꽃바람'에 이어 '아 진짜요.'를 부를 땐 팬들의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굿밤', '애니웨이(ANYWAY)', '4242' 무대 때는 모든 관객이 기립해 함께 점프하며 흥겨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승협은 열성적으로 반응해 주는 관객들을 보며 "무대 올라오기 전에 즐기는 것도 노련하게, 여유 있게 하자고 얘기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냥 막 뛰고 있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계속해 '블루문(Blue Moon)', '어텀 드림(Autumn Dream)'과 같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곡들을 선보였다. 진하고 깊이 있는 엔플라잉의 감성을 만끽하기 좋은 곡들이다.

tvN '선재 업고 튀어' OST도 빠질 수 없었다. 이승협은 최근 이 드라마에서 밴드 이클립스 멤버 백인혁 역을 맡아 재기발랄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특히 실제 엔플라잉의 리더이자 보컬과 랩·기타·키보드까지 섭렵하고 있는 그에게 '맞춤형' 배역이었다는 평가가 따랐다. 유회승은 김형중의 '그랬나봐'를 리메이크해 큰 사랑을 받았다.

'선재 업고 튀어'의 OST인 '스타(Star)' 무대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유회승이 '그랬나봐'를 부를 땐 이승협이 직접 키보드 연주를 하며 힘을 실었다. 유회승은 "내가 언제 또 이클립스 백인혁 님과 콘서트를 해보겠냐"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엔플라잉은 '블루문(Blue Moon)', '어텀 드림(Autumn Dream)'과 같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곡들도 선보였다. 진하고 깊이 있는 이 팀의 감성을 만끽하기 좋은 곡들이다. 공연이 끝을 향해 갈수록 열기는 더 뜨겁게 타올랐다. '문샷', '몬스터', '진짜가 나타났다'까지 이승협의 매력적인 랩핑, 유회승의 짜릿한 고음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시간을 만들어냈다.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은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대변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총 3곡의 미발매곡이 베일을 벗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엔플라잉의 폭넓은 역량을 나타내듯, 신곡 역시 장르가 겹치지 않았다. 거친 밴드 사운드에 록 스피릿에 푹 빠져드는 '본 투 비(Born To Be)'부터 재지하고 흥겨운 느낌이 인상적인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You Like That)', 그리고 청량하고 싱그러운 감성의 곡까지 놀라운 완성도의 신곡에 귀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동시에 앞으로의 엔플라잉이 더욱 기대되기도 했다.

역시나 세 곡 모두 이승협이 작사·작곡했다. 이승협은 "빙산의 일각을 보여드린 거다. '선재 업고 튀어'를 찍으면서 회승이랑 틈틈이 작업했다. 지금 내 바탕화면이 꽉 찼다. 앞으로 쭉 들려드릴 예정이니 여러분들은 즐겨만 달라"고 밝혀 호응을 얻었다.
차훈, 서동성, 김재현이 입대하면서 이번 공연은 이승협과 유회승 단둘이 채웠다. 멤버들의 빈 자리가 있어 엔플라잉의 완전체 연주를 들을 순 없었지만, 리더인 이승협이 랩과 보컬·키보드를 아우르며 재능을 뽐냈고 메인 보컬인 유회승은 '런(RUN)' 무대에서 기타를 둘러메기도 했다. 혼신의 무대로 부족함 없이 공연을 마친 이들이었다.이승협은 "멤버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이렇게 우리의 아지트를 보여드리니 보람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회승은 "신곡 무대를 보여드려서 좋다. 역시 엔플라잉은 공연을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각자 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의 가장 빛나는 '본업 모먼트'였다. 업고 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들의 아지트를 들여다보니, 어쩐지 5인 완전체 엔플라잉이 더더욱 기대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