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년전엔 확성기 켜자 굽혀…이번엔 '강대강' 갈등 확대 우려

2015년 목함지뢰때 북 위협하다 접촉 제안…사과하고 南은 방송 중단
김정은, '핵보유국' 자신감으로 '교전국' 南 향해 공세적으로 나올 듯 북한의 연이은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서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성기는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과거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에 가만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15년엔 남북이 대화를 통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지금은 남북 모두 '강 대 강' 기조가 강해 긴장 해소를 위한 출구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 北 2015년에 '선전포고'라며 극렬 반발…고위급 접촉으로 긴장 해소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10일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자 인민군 전선사령부 명의로 '공개 경고장'을 보내 '무차별 타격'을 위협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열흘 뒤에 포탄을 1발 발사했다. 포격 도발 직후에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이에 우리 군 역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령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긴장이 극에 달하는 듯했으나 북측의 제안으로 남북 고위급접촉이 성사됐고, 무박 4일간 43시간 이상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북한은 목함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남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북한은 고위급접촉 내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최우선으로 두고 협상에 임했었다고 한다.

북한 군인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 남북 모두 '강 대 강'…갈등 완화 방안 쉽지 않을 듯
9년 전엔 이처럼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됐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선포한 상황에서 갈등을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끌고 갈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 정부 또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민감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즉각 꺼낸 데서 보듯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처럼 남북이 '강 대 강' 전략을 채택한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할만한 계기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북한은 강온 전략을 반복하는 대남 전술을 사용했고 우리의 대응에 강하게 반응해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세 운용 방식을 썼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제를 봉합하려고 하기보다는 '전술핵을 실전화한 국가'라는 측면에서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고 판단해 보다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2015년 때와 마찬가지로 대북 확성기를 직접 포격할 수도 있고 무인기를 동원해 이를 공격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대북 확성기를 넘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포사격 등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