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행복과 이상적인 생의 저묾

황인호 바운드포(Bound4) 대표
“수고했습니다. 화요일에 만나요.”

얼마 전 대학원 과제를 제출하자 교수님이 메일로 이같이 회신했다. 내용 중 ‘수고’라는 일상적인 단어가 낯설었다. 조직을 이끌면서 리더가 구성원에게 칭찬이나 위로받는 일은 드물다. 작은 성취에도 상사와 동료에게 인정받는 직장인 생활과는 다르다. ‘수고했다’는 의례적인 표현이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짧은 시상(時想)에 잠겼다.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체감했다. 오래전이었다면 무심코 지나갔을 감정이다. 순간 행복을 생각했다.우리나라 헌법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아무도 실현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 터득할 뿐이다. 행복의 원인은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으로 구분된다. 면접에 합격해 기회가 생기거나 지인과 어울리면서 느끼는 행복은 외부에서 기인한다. 밖에서 찾아오는 즐거움은 수동적이다.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긴다. 짧고 일시적이다. 엇비슷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더 큰 욕망(desire)을 자극한다. 끝없는 욕망은 욕심(greed)이 된다. 욕심은 막연하다. 막연한 욕심이 생기면 삶이 망망대해에 놓인 기분이 든다.

최근 다른 이들의 흥망(興亡)에 무던해지고 성쇠(盛衰)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 ‘타인의 삶이 이러한들 어떠하며, 저러한들 어떠한가, 나의 인생과는 무관한 일’이란 마음가짐이 자리 잡았다. 회사의 본질에 천착(穿鑿)한 이후부터다. 수많은 기업이 있어도 우리 회사가 존재해야 할 이유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내면에서부터 끌어냈다. 종심공략(縱深攻略)이 돼 있으면 세간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제한된 상황에서 본질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사실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는지 되물어야 한다. 나에게만 해당하는 진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인간은 제멋에 살아.” 몇 달 전 친할머니와 종편 방송을 볼 때 한 말씀이다. 상대방 동의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만의 믿음으로 열변하는 모습을 ‘제멋’이라고 표현하신 걸까. 시간은 제한적이다. 제한된 상황에서 필요한 건 본질 파악이다. 보편적인 행복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는지 반문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생의 저묾을 그려보자. 그 마무리가 나에게 이상적인 모습일지 상상해보자. 사소한 일상적 요소가 ‘나’라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옅은 스케치 한 획이 돼준다면 그것이 행복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향한 끝없는 물음에서 행복이 찾아온다. 행복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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