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의 新중동 인사이트] 산유국의 대전환 상징하는 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지난 5월 말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UAE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중동 산유 부국인 UAE는 탈(脫)석유와 첨단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한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UAE의 대표 도시인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건설과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바이는 ‘D33 경제 아젠다’를 통해 100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앞세워 2033년까지 경제 규모를 현재의 세 배, 인구를 두 배로 늘려 글로벌 메가시티로 도약한다고 선언했다. 수도 아부다비는 탄소, 폐기물, 내연기관차가 없는 스마트시티 건설, 중동 최초 바라카 원전과 아즈반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혁명에 나섰다. UAE는 대규모 투자로 세계 3대 인공지능(AI) 강국에 도전 중이다. 항공우주와 방산산업은 후발주자임에도 인공위성 10대를 발사하고 화성탐사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UAE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 대전환을 놓고 우려도 있지만, 오일머니로 축적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든든한 국부펀드와 현 국왕의 뛰어난 리더십을 고려할 때 필자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UAE 인구는 자국민의 높은 출산율과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유입된 이민자에 힘입어 건국 초기 23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50년 동안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5%다. UAE는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한 역사적 경험도 있다. 1990년대 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중동 금융과 물류의 신흥 메카로 부상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부르즈칼리파와 같은 대규모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최근엔 주변국의 인재와 재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중동을 넘어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남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경제 허브로 변신 중이다.

우리 기업들이 UAE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협력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새로운 협력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한국은 UAE의 미래 산업 대전환을 돕는 최고의 협력 파트너가 되고, UAE는 한국 기업의 현지 기술협력과 실증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첨단기술과 혁신의 아이디어를 중동에서 실증하고 성공시켜 신시장을 창출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유목민의 후예들은 척박한 사막 생활 속에서 훌륭한 생존 방식을 터득했다고 한다. 좋은 길잡이 친구, 튼튼한 낙타와 함께하며 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는 것이다. 한국과 UAE가 좋은 길잡이와 낙타 역할을 상호 분담하길 기대해 본다.

박동욱 KOTRA 중동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