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크라이나 평화를 향한 여정에 함께해야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교부 장관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28개월 동안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많은 이가 집과 조국을 떠나야 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뒤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여파는 유럽 대륙을 넘어 퍼졌고, 세계를 뒤엎을 수 있는 화약고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다. 지구 어디에 있든 영토 주권에 대한 공격, 핵 위협, 식량 부족, 항해의 자유 방해, 국제 인도법 위반 등의 위험에 동일하게 노출됐다. ‘유엔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국제기구에서의 문화적 충돌과 의견 대립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공통의 인류애를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를 넘어 모두에게 필요한 정치적 의지를 함께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스위스의 문화는 대화의 문화다. 4개 문화권과 4개 공식 언어가 있는 스위스에서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다양성 안에서 통합을 이루는 근간이다. 대화가 없었다면 스위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가 빼앗긴 목소리를 대신할 때도 우리는 대화의 중요성을 믿는다. 유엔 헌장과 제네바 협약 등 국제 질서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스위스 외교장관으로서 세계 평화를 위해 대화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스위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오는 15~16일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첫 번째 고위급 회담을 여는 이유다.이번 회의 목표는 공통의 프레임워크와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구체적인 단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국제법을 존중하는 공통된 프레임워크 안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모든 관점을 비교 및 대조하고 용기 있고 필수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첫째,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고 공정하며 지속적인 평화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국가 간에 상호 이해를 구축하고자 한다. 특히 이미 제안된 여러 평화 계획을 논의할 것이다. 둘째, 이 교류의 장은 핵 안전, 식량 안전 및 항해의 자유, 포로 교환을 포함한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관심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쟁 종식을 위한 이 이니셔티브는 러시아가 이런 과정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고위급 회담이 있어야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위스는 인도주의 전통을 가진 중립국으로서 항상 다양한 이해관계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해 왔다. 평화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혼자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그러나 함께라면 우리는 먼 길을 갈 수 있다. 다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다르더라도 우리의 강점, 아이디어, 세상에 대한 비전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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