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 휴진 강행하는 의료계…진료개시명령 내려야

서울대의대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어제 집단 휴진을 선언하면서 의료 공백이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커졌다. 당장 오는 17일부터 서울대병원 4곳이 무기한 전체 휴진에 들어가는 데 이어 개원의와 봉직의(페이닥터)들도 18일 총파업에 나선다. 의협의 집단 휴진엔 동네병원뿐 아니라 전국 40곳 의대 중 20곳 의대 교수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이 석 달 넘게 현장을 비움으로써 대형병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와중에 대학병원과 동네병원마저 문을 닫기로 해 환자들은 갈 곳이 없게 됐다.

의협 발표에 앞서 한덕수 총리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서울대 교수회도 집단 휴진이 환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만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들의 간곡한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투쟁만 외쳤다. 의협이 내세우는 주장은 의대 증원 철회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게도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의대 증원은 이미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이 발표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면제는 과도한 요구다. 사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의사 면허를 정지하는 게 합당하다. 하지만 의료 정상화를 위해 복귀 전공의에겐 불이익을 주지 말자는 것이 사회의 암묵적 합의이고 정부의 방침이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정부는 의협과 대화를 이어가야 하지만 무리한 요구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눈감아 주면 다른 직역의 불법 단체행동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휴진하는 동네병원의 비율 등을 봐가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앞서 2020년엔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개시명령을 발동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이 비율은 15%로 강화됐다. 정부는 법에 따른 명령을 지키지 않은 의사의 면허를 정지하고 법원에 징역형을 요청해야 한다. 이것이 의료 정상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