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K방산 취약점, 어떻게 극복하나?

신속연구개발사업 확대하고
핵심·파괴적 기술에 투자해야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국내 방위산업에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은 아직 재래식 무기체계의 핵심 기술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 능력에서 미국과 서유럽(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득·조달과 연구개발(R&D) 역량 보완에 관한 몇 가지 제도적·정책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 신속연구개발사업(옛 신속획득사업) 추진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 첨단 신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속하게 개발, 전투력에 곧바로 접목할 수 있어야 기술 진부화를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국방부가 2015년부터 운영하는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 신기술을 미군 차세대 전력에 적용 시험하는 조직)을 모방한 ‘전력혁신단’(가칭)을 신설하고, 이의 통제·관리 아래 신기술 관련 기업이 직접 야전 전투부대와 연결돼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군의 작전 개념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에 더 적합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긴급하게 소프트웨어 성능을 높여야 하는 분야는 별도 ‘계약권한’을 행사해 즉시 조달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둘째, AI·자율 무기·지향성 에너지 같은 ‘핵심·파괴적 기술’ 개발에 지금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독자적 무기체계 개발 및 성능 개량 능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미래전에서 적에 대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역량을 구축하려면 핵심·파괴적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기술 보호주의 강화로 핵심·파괴적 기술을 도입, 모방하는 개발은 더 이상 수행하기가 어렵다. 핵심·파괴적 기술 개발은 무기체계 개발 이전에 미리 관련 기술·부품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관련 수입을 줄여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향후 후속군수지원(운용 유지)에 필요한 부품 공급까지 원활히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무기체계 총수명주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수출 시 핵심 기술·부품을 공급하는 국가의 수출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 과정에서 일반 중소기업까지 기술 개발·양산·운영 유지에 참여해 수출 기회까지 얻는 효과가 있다.

셋째, 국내 방위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소부장 개발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국내 방위산업은 완성품 무기체계 개발 시 소부장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 제약을 감안해 소부장 기술 중 반드시 확보해야 할 분야를 식별,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일례로 육·해·공 합동작전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데 어떤 기술 부문이 기여도가 높은지 확인해 그것에 개발 우선순위를 줄 수 있다. 아니면 수출 무기체계 중 수입 소재·부품을 사용한 것을 식별해 그것을 최우선순위로 개발할 수도 있다.궁극적으로 위의 조치들은 정형화된 단계적 획득·조달체계를 통해 걸리는 시간 및 절차의 복잡성, 단가 상승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신기술의 신속한 전투력 접목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적실성이 높은 방안이다.

특히 현재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위산업에 더해 미래 위협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현대화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어떤 분쟁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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