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증시發 국내 미수금 폭탄…해외거래 시스템 이렇게 허술하다니

미국 뉴욕증시에서 거래소 전산 오류로 일부 종목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표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잘못 표시된 가격으로 주식 매수 주문을 낸 국내 투자자들이 ‘미수금 폭탄’을 맞아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증시와 국내 증권사 시스템의 ‘구멍’이 겹쳐 벌어진 결과다.

지난 3일 뉴욕증시에선 갑자기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와 소형 원자로 설계업체 뉴스케일파워 등 40여 개 종목 주가가 99% 정도 낮은 비정상적 가격으로 표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일부 국내 투자자가 시장가에 주식 매수 주문을 냈다. 하지만 뉴욕거래소는 오류 수정을 위해 거래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면서 쌓여 있는 주문을 일제히 정상가로 체결시켰다. 체결 가격이 주문 때보다 수십 배나 급등하면서 투자자는 계좌 예수금을 훌쩍 넘는 미수금을 떠안게 됐다.피해가 몰린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가 시장가로 주문을 내면 그대로 뉴욕거래소에 전달해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을 채택해 피해를 키웠다. 시장가 주문을 내도 현재가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 안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도록 주문을 변경하거나, 시장가 주문을 아예 막아놓은 다른 증권사들과 대조적이었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결제액이 월 50조원을 넘을 정도로 거래가 급증했지만 사고 대비에는 소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 증권사가 투자자 피해 보상과 함께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 보완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번 미국 증시 오류는 2010년 5월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순간 폭락)를 떠올리게 한다. 다우지수가 거래 종료 15분을 남기고 특별한 악재 없이 순식간에 998.5포인트(약 9%) 폭락해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린 사건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팻핑거(주문 실수) 등 잘못된 거래 명령이나 시장 조작으로 일어난다. 세계 증시가 연결된 가운데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자동화된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갈수록 잦아지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국내는 물론 해외발 순간 폭락 사태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