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고요하고 신비로운 화풍, 100년 후 인기 '역주행'…빌헬름 함메르쇠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함메르쇠이의 'Interior with Young Woman Seen from the Back'.
발표했을 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노래가 뒤늦게 재평가받아 인기를 끄는 현상을 가요계에서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미술사에도 이런 역주행 사례가 자주 있다.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쇠이(1864~1916)가 단적인 예다.

함메르쇠이는 코펜하겐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당대 덴마크 거장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를 사사하는 등 화가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막상 그가 데뷔하자 덴마크 미술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당시에는 사실적인 자연 묘사를 강조하는 자연주의 화풍이 대세였는데, 북유럽 햇살이 스며든 회색빛 실내 풍경을 섬세한 색조로 그린 함메르쇠이의 작품은 유행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함메르쇠이의 'Dust Motes Dancing'.
함메르쇠이의 'Interior with Woman at Piano'.
그의 이름은 1980년대 들어 세계 미술계에서 각광 받기 시작한다. 소박한 색채 속에 숨겨진 과감한 구도와 표현,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현대성이 현대인의 정서와 미학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시카고미술관 등 주요 기관이 잇따라 작품을 사들이고, 경매사 필립스와 유력 화랑 하우저앤드워스가 전시를 여는 등 함메르쇠이 열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은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까지 북미 주요 미술관들의 주목을 받은 예술가는 없었다”고 했다.
함메르쇠이의 'Amalienborg Plads'.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