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내팽개친 의협 "18일 집단휴진"…동참 병원 적을 듯

90% 찬성…강경투쟁 결의

정부·환자단체 비판 목소리
"파업 땐 국민들이 외면할 것"
휴진 병원 명단 공유 움직임도

의료계 "강경투쟁 열기 높아
응급실·중환자실은 지킬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의료 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솔 기자
의사들이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결정하자 의료 정상화를 기대하던 환자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실제 휴진율을 두고는 정부와 의료계 간 전망이 엇갈렸다. 의료계는 높은 참여율을 기대했지만 정부는 실제 문을 닫는 병원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협, 90.6% 투쟁 지지

의협은 9일 개최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지난 4~7일 나흘간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집단행동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의협은 회원 투표를 거쳐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발표한 설문 결과는 18일 집단휴진을 결정한 근거가 됐다.

의사 회원 11만1861명 중 7만800명(63.3%)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90.6%(6만4139명)가 의협의 강경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실제 단체행동에도 참여하겠다고 한 의사는 73.5%(5만2015명)였다. 역산하면 의사 회원 중 46.5%가 휴진 참여 입장을 밝혔다는 의미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그동안 투쟁 참여 의견을 물은 것 중 가장 압도적 지지 선언”이라고 자평했다.

전공의나 의대생을 자식으로 둔 의사가 많은 데다 이런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의사 사회의 강성 여론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의대 등 대학병원 교수들이 집단행동 동참을 선언한 것도 사태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의 만류에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휴진 강행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휴진 기간 외래 진료실을 닫고 정규 수술을 조절하겠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진료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찻잔 속 태풍’ vs ‘이번엔 다를 것’

다만 얼마나 많은 병원이 실제 문을 닫을지는 미지수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2014년과 2020년엔 첫날 동네의원 휴진율이 각각 29.1%, 10.8%에 그쳤다. 2000년 의약분업 땐 첫날 휴진율이 92.3%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이후 참여율이 크게 떨어졌다.

전공의 공백 사태에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소·종합병원은 정상 가동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의사대표자대회에도 병원단체인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싸늘한 국민 여론도 참여율에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휴진 의료기관 명단을 공유하겠다’는 여론이 번지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동네 의원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울의 한 동네 의원 의사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 나쁜 여론이 높아지면 경영에 상당 기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과거 파업 때도 이 때문에 ‘학회 참여’ 등을 내걸고 하루 정도 문을 닫는 방식으로 단축 진료를 했다”고 말했다.

총리 “집단행동 유감”

정부는 유감을 나타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의료계 인사와 의사단체가 국민 생명을 담보로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계와 환자가 쌓은 사회적 신뢰가 몇몇 분의 강경한 주장으로 한순간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네 의원 등의 휴진율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집단행동을 선언한 의협 회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100일 넘게 이어진 전공의 이탈에 지친 환자들도 “언제까지 환자들을 볼모로 삼을 것인가”라며 큰 실망감을 표했다. 서울대 교수회는 이날 “의료계의 강경한 조치는 비민주적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허세민 기자 bluesk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