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일 만에 구출된 아들 못 보고…하루 전 숨진 아버지

아들 인질로 잡혀간 뒤 대인기피 겪어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갔다가 245일만에 구출된 알모그 메이르 잔(가운데)이 친척들과 재회하고 있다. /사진=이스라엘 군 제공, 연합뉴스
하마스에 끌려갔다가 245일 만에 구출된 이스라엘 인질의 아버지가 꿈에 그리던 아들의 귀환을 단 하루 앞두고 숨을 거뒀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 보도에 따르면 8일 가자지구에서 구출돼 이스라엘로 돌아온 알모그 메이르 잔(21)의 아버지(57)가 7일 밤 사망했다.알모그의 고모 디나 잔은 "알모그가 돌아오기 전날 밤 오빠의 심장 박동이 멈췄다"며 "오빠는 (아들이 인질로 잡혀간 뒤) 화병이 났고 결국 아들의 귀환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카가 돌아와 매우 기쁘지만 우리는 무너져 내렸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오빠는 지난 8개월 동안 TV 옆에 꼭 붙어 앉은 채 (인질) 정보 하나하나에 매달렸다"며 "그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리고 인질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분노했고 마음 아파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귀환을 이처럼 애타게 기다리던 아버지는 몸무게가 20㎏이나 빠졌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거부했으며 전화 통화도 어려울 만큼 고립된 생활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디나 잔은 "알모그가 구출됐다는 소식을 전한 이스라엘군 장교가 오빠와 통화할 수 없었다며 연락이 왔다"면서 "미친 듯이 차를 몰아 그의 집에 갔고 거실에 앉아 잠든 것처럼 보이는 그를 크게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를 만졌을 때는 온기도 없었다"며 알모그가 구출된 소식을 접한 상황을 설명했다.

알모그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가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245일 만인 8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억류된 알모그 등 인질 4명을 구출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