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물결 올라탄 LG전자…수억 대 가전 기반 데이터, 빅테크 기술력과 '시너지'

세계적 빅테크, LG에 합작 제의
전세계 수억 대 가전으로 데이터 확보
맞춤형 AI 기술 고도화 플랫폼 역할
구글·메타·MS 등과 협력 사업 활발

미래먹거리 냉난방공조·로봇 AI 핵심
27일 구글 서밋서 로봇 '클로이' 전시
AI 음성기능 탑재, 차별적 경험 제공
데이터센터 냉각공조 시장 등 확대
'가전 명가'에서 'AI명가'로 변신 시도
LG전자는 AI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2022년 11월 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 이후 LG전자가 받고 있는 주요 도전 중 하나다. LG전자는 똑똑해진 가전, TV 등을 앞세워 AI 물결에 올라타려고 힘썼다. 하지만 ‘가전 명가’란 타이틀이 독이 됐다. 전통 제조기업이란 이미지를 떨쳐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인공지능(AI)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요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LG전자가 보유한 수억 대의 가전이 복덩이가 됐다. 세계적인 빅테크 입장에서 LG전자 가전은 자사 AI 기술을 소비자에게 구현하는 플랫폼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LG전자에 AI 합작 사업을 제의하는 이유다.LG전자가 가진 빅데이터도 부각되고 있다. 가전, TV를 통해 빨아들이는 소비자 데이터는 AI 서비스 고도화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냉난방공조(HVAC)와 로봇도 AI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빅데이터의 힘

LG전자 AI사업의 핵심은 데이터다. LG전자는 세계 수억 대의 제품을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필요하다. 제품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AI 기반 솔루션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LG전자는 데이터를 통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빅테크를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이 LG전자의 데이터 확보 역량과 활용 능력 등에 관심을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S CEO 서밋’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했다. 구글과 메타, 인텔 등도 LG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조 경쟁력과 막대한 데이터가 빅테크의 기술력과 만난다면 미래 사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사업에 드라이브

최근 LG전자는 로봇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구글 클라우드 서밋 서울 2024’에서 구글의 제미나이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봇 클로이(LG CLOi)를 선보일 예정이다. AI 음성기능이 적용된 게 특징으로 꼽힌다.

AI가 적용된 LG 클로이 로봇은 고객과의 대화 과정에서 스스로 각종 유사 질문을 생성한다. 이후 비슷한 질문을 시나리오에 등록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고도화한다. 등록된 시나리오가 아닌 돌발 질문에 대해서도 개방형 답변이 가능해진다. 효과적이고 즐거운 대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번 협업을 통해 AI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한 발 더 앞서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82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서비스로봇 등 상업용 로봇 분야뿐 아니라 스마트팩토리를 포함한 산업용 로봇,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등의 가정용 로봇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 각광

LG전자는 AI 기술 등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자체 LLM을 통해 AI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능형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기기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AI 기술 고도화에 활용한다.

이렇게 개발된 AI 기술은 전기차 충전, 스마트팩토리 등의 신사업을 키우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충전 분야에선 전기차 충전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제(모니터링·제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영역을 넓힌다. 또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팩토리 관련 디지털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한다.

LG전자가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HVAC 사업도 AI 시대를 맞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생성형 AI가 주목받으면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발열이 꼽힌다.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2023년 149억달러에서 2030년 30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칠러(초대형 냉방기)를 포함한 LG전자의 공조 솔루션은 냉각의 필수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현재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공랭식 통합제어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 통신사와 은행, 정부기관 등 데이터센터에 냉각 및 공조솔루션을 공급했다. 북미 지역에 신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고효율 칠러를 앞세워 공조시스템을 수주했다. 최근엔 미국 현지에 구축되는 데이터센터 단지에 칠러를 활용한 대규모 냉각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했다. LG전자 칠러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 3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15% 이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히트펌프와 함께 중앙공조시스템인 칠러는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 증가와 함께 향후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조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7억대 가전·TV 활용한 소비자 데이터…AI 서비스 고도화의 핵심 자산
스마트홈 서비스 강화 위한 M&A 추진…기기 간 연결성 높여 AI 가전시장 선도

LG전자가 지난 3월 유럽 최대 공조 전시회 ‘MCE 2024’에서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전시했다. /LG전자 제공
인공지능(AI) 시대에 LG전자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가전사업이다. LG전자의 제품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AI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자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LG전자 가전은 최소 5억 대로 추산된다. LG전자 제품은 가정과 도로, 상업 공간 등 일상 속 모든 곳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LG전자의 자산으로 활용된다. LG전자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수요에 맞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전 세계 2억 대 이상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webOS’를 앞세워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홈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다. 해외 스마트홈 기술 기업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홈 기술 기업 인수를 통해 LG전자는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한편 AI 기술 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아 AI 가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감 지능을 적용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AI를 ‘공감 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하고 AI 제품군에 확대 적용 중인 게 특징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AI를 공급하겠다는 글로벌 빅테크가 협력하려는 기업은 당연히 (시장에 제품의) 모수가 많은 업체”라며 “LG전자와 글로벌 선도업체가 협력해 온디바이스 AI 부문의 서비스를 확장한다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고객경험 혁신, 사업모델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사업의 탄탄한 현금 창출 능력도 미래 사업 투자의 원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H&A)사업본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도 역대 최대 신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LG전자의 H&A사업본부는 매출 8조6075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다. 영업이익도 9403억원으로 역대 1분기 기준 두 번째로 많았다.

LG전자의 1분기 실적은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소비 시장의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LG전자의 경쟁사인 글로벌 가전 업체 미국 월풀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모두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1분기에도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 가전 브랜드’ 자리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칠러의 대표 제품인 터보 냉동기. /한경DB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AI 시대를 맞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가전 전용 AI 칩 등을 활용해 AI 가전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편리함을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 가전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AI 가전을 생성 AI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서비스 영역을 집을 넘어 모빌리티, 온라인 공간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AI는 고객과 공감하는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객과 공감하는 AI를 통해 스마트 기술이 고객의 삶에 스며드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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