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롱초롱빛나리 살인범' 전현주 "교도소 있을 만하네"

MBC '그녀가 죽였다' 방송화면
27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사건' 살해범 전현주가 당시 사형선고를 피하고자 거짓 진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방송된 MBC 잔혹범죄시리즈 '그녀가 죽였다' 5회에서는 1997년 8월 30일 유괴된 나리 양을 찾아 현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 공개됐다. 당시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8살 나리 양을 살해한 전현주는 검찰 조사 당시 자신의 단독 범행을 인정했던 것과 달리 재판 중 "성폭행범으로부터 지시받고 범행했다"고 말을 바꿨다.전현주는 수감 중 재판을 받는 중 출산했고 교도소에서 아기의 인기는 엄청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아동 살해범에게는 사형이 내려지고 있었고 전현주는 자신에게도 사형이 선고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수사관에게 자신의 사형 집행장에 나와달라고 부탁도 했던 전현주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주받았다며 단독 범행을 부인했다. 전현주는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묻는 수사관에게 "교도소에서 아기를 보려는 죄수들이 줄을 설 정도다. 감옥에 있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있게 되니 생활할 만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도소 내에서 아기는 18개월까지 직접 키울 수 있는데 이때 분유나 기저귀 등 필요한 모든 물품은 나라에서 지원한다.

전현주는 이후 아기를 친정이나 남편이 키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미국으로 입양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주가 가족에 보낸 편지에는 "내 범행을 아이가 커도 절대 알리지 마라. 죽을 때까지 말해선 안 된다"는 당부가 담겼다.지난 1997년, 대한민국은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신문과 TV는 나리 양을 찾는 뉴스로 도배됐고,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속히 범인을 검거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나리 양은 유괴된 지 14일 만에 지하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형사와 부검의는 얼굴과 눈에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고 옷이 벗겨진 상태로 큰 가방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나리 양의 참담한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전현주는 나리 양을 오후 3시경 유괴해 신림동 한 지하창고로 데려갔다. 아동 연극용 소품이 있는 곳이었다. 이어 '집에 보내달라'고 울며 보채자 범행 당일 저녁 살해했다. 부검 당시 위와 장에는 음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 저녁도 먹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사건 이후 유괴 예방 교육용 책자의 유괴범 삽화가 여성으로 묘사됐을 만큼, 만삭의 여성이 아동 유괴 살인의 범인이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내무부 고위 공직자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라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문학 작가를 꿈꿨던 전현주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 전세자금을 마련키 위해 2000만원을 대출했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빚을 졌다. 결국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결심했고 공동범행-단독범행 진술을 번복한 끝에 1심 사형, 항소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아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55세임에도 교도소 내 별명은 '초롱이'라고 알려진다.

'그녀가 죽였다'에 출연한 당시 수사관들은 "전현주가 멀쩡히 있다가도 언론에 노출되기만 하면 실신한 척 했다"며 그의 주도면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발신지 추적을 통해 전현주가 협박 전화를 걸 당시 카페에 급습했던 형사는 카페를 봉쇄하고 현장에 있던 모든 여성들을 탐문조사 했는데 전현주만은 예외로 둔 이유에 대해 "만삭 임산부가 아기가 발로 차서 병원에 가야한다고 말해서 내보냈다. 설마 임산부가 범인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탄식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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