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 전시각료 사임에 강경파 득세하나…"美종전계획 꼬일수도"

간츠 나간 빈자리 극우파가 채울 가능성…"네타냐후 권력 더 강화"
인질 구출 작전서 팔레스타인인 다수 사망도 협상에 영향 전망…하마스 "주민 안전보장 먼저"
이스라엘 전시 내각 3인방 중 한명이었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반기를 들며 전시 각료직에서 사임함에 따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 대응이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츠 대표의 이탈로 네타냐후 총리의 정부 장악력이 더욱 강화되면 현재 미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가자전쟁 휴전 협상도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간츠의 행보는 조기 선거 압박이 목적이지만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내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간츠 대표는 사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자전쟁에 대한 '장기 전략'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고려로 인한 주저와 미루기로 인해 운명적인 전략적 결정이 정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나라가 분열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올가을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 실시에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WSJ은 간츠 대표의 이탈에 대해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이스라엘의 단결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 대표의 이탈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먼저 간츠 대표의 자리에 야당에 속한 강경파 의원이나 자신의 지지기반인 극우 연정의 파트너를 앉히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현지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내각을 해체하고 기존 안보 내각에서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경우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이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간츠 대표의 이탈은 미국이 가자전쟁 종식과 인질 귀환을 위한 '3단계 휴전안'을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압박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의 휴전 제안에 동조하지 않는 강경파가 전시 내각에 들어가거나 극우 연정이 종전보다 득세할 경우 간츠 대표의 이탈은 역효과를 낼 위험이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이지만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국민통합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전시 내각에 합류했고, 전시 내각에서 미국 정부와 비슷한 입장을 가진 '온건파'로 활동해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 기반인 극우 정치인들은 '하마스 척결'이 담보되지 않은 휴전안 수용 시 연정 탈퇴를 경고한 상태고, 네타냐후 총리도 하마스 제거가 완수될 때까지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동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8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이뤄진 인질 구출 작전 과정에서 다수 사망자를 낸 것도 휴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난민촌 공격으로 사망자가 최소 274명, 부상자가 598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자국인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해 집중적인 공중폭격이 포함된 작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하마스도 이 문제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가자 주민에 대한 안전 보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도 지난 6일 아랍의 중재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영구적인 휴전을 약속해야만 평화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