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중앙시스템, 해킹·악용시 큰 피해 우려…시범기간 둬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3차 토론회에서 공매도 전산화 논의 경과 및 구축 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이 추진 중인 무차입 공매도 단속 체계를 두고 일부 종목부터 공매도를 허용해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증시 공매도 거래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인 만큼 본격 운영에 앞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을지 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완벽한 시스템 없어…시범적용 기간 있어야"

10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함께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토론 3차'를 열고 공매도 전산화를 비롯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토론 자리에서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은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며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이 나오면 단계적으로 공매도 거래를 허용하면서 베타(시범) 운영 기간을 둬야 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전체에 엄격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취지와는) 반대로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가 나오거나 시스템 해킹이 이뤄질 경우 큰 금융사고가 날 수 있다"며 "모든 공매도를 금지한 채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상위 5~10개 종목 등 한정적으로 거래를 허용하면서 흐름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식으로 기존엔 예상하지 못한 우려나 허점 등을 잡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선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기관 자체 잔고관리시스템과 NSDS를 정상 가동하기 전에 한국거래소 등과 협업해 충분한 시범 운용 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이 기간을 통해 (우려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기관은 "불확실성 해소" 요구

이날 토론회에선 공매도 전산화를 비롯해 공매도 제도 자체 등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기관투자가 등은 당국이 개별 기관의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 등을 명확히 해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싱가포르 기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한국이 공매도를 허용해야 시장의 투명도와 공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국은 공매도 업무처리기준 등을 명확히 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했다.

시스템 구축 부담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은 "내부 자원 문제 등을 이유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는 헤지펀드 등은 한국 시장을 떠나라는 것인가"라며 "이미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로 자본을 옮긴 헤지펀드 등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실무 협의 결과 전산시스템 구축에 따르는 비용이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이 비용으로 인한 구축효과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주영광 안다자산운용 헤지운용본부장은 "헷지펀드는 리스크 헷지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해 투자자들에게 위험 대비 우수한 성과를 주는 것이 목표인데, 리스크 헤지 수단 중 하나인 쇼트포지션이 공매도 금지로 인해 제한되면서 변동성 관리와 신규 펀드 출시 등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공매도 거래를 재개해 헤지펀드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파생시장 풍선효과' 지적

공매도 거래가 전면금지되면서 파생시장 등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와중에도 국내 증시가 글로벌 하위 수준"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이 높은데다 외국인들이 파생시장에서 증시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채널 '전인구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유튜버 전인구씨는 "공매도가 없어도 파생시장이 있다보니 외국인들이 포지션 전략을 취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자본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 외국인들이 선물거래나 공매도 등으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불법 거래에 대한 회사(법인)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박곰희 TV'를 운영하는 박동호씨는 "개인투자자와 소통하다보면 공매도에 대한 오해가 너무나 많다"며 "공매도가 마치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고 공매도의 순기능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공매도도 재개해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공매도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있는 와중에 공매도 거래 자체의 효율성만 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사회적 자본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마침 금융권의 책무구조도 논의가 한창인 만큼 IT 시스템 도입과 조직 관리·개선이 아울러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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