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개발 7광구의 운명이 내년에 갈린다는 이유 [서평]

오션 그레이트 게임

홍승용 지음
바다위의정원
356쪽|3만원
Getty Images Bank
1969년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에머리 박시 팀이 보고서 하나를 냈다. “대만에서 일본에 이르는 동중국해 대륙붕에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원유 매장량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약 40%, 천연가스는 사우디의 10배로 추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흥분했다. 서둘러 인근 바다에 광구를 설정했다.

한국이 설정한 7광구는 그중 하나다. 제주도 남쪽에서 일본 규슈에 이르는 바다를 아우른다. 남한 면적이 80%에 달하는 넓은 구역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지역과 겹쳤다.
<오션 그레이트 게임>을 쓴 홍승용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7광구 문제는 그때까지 지지부진하던 한일 협정에 따른 경제 원조의 실행을 압박하는 무기로 작동했다”고 했다. 7광구를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은 대신 경제 발전을 위해 시급했던 원조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은 1978년 6월 효력을 발휘했다. 1980년 양국이 시험적으로 시추에 나섰지만, 1986년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탐사를 중단했다. ‘공동 탐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조항 탓에 한국 단독 개발은 불가능했다. 이 협정은 2028년 만료된다. 요즘 국제법 판례가 대륙붕이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경계를 나누는 기준으로 하기에 상당 면적을 일본에 넘겨야 할지 모른다.

저자는 “국제 관행상 양국 간 협정 종료 시 종료 기준 3년 전에 종료 의사를 표명한다”며 “2025년을 전후로 7광구 문제는 다시 한번 한일 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오션 그레이트 게임>은 해양 책략에 관한 책이다. 바다는 수많은 물자가 오가는 통로이자, 각종 광물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태평양 섬 나우루 인근 바다에는 전기차 시대에 필요한 광물인 니켈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팔라고 한 적이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그곳에서 개발이 이뤄지면 그린란드를 갖고 있는 나라가 EEZ를 통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책 제목과 달리 바다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축전이 깊이 있게 혹은 생생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 인물에 대한 이야기, 바다와 관련한 여러 이슈가 정리돼 있을 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