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식시장 흔든다"…AI 테마주 다음 타자는

식힐수록 타오른다
기대감 커지는 '액침냉각株'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테마주 열풍이 거센 가운데, 다음 수혜 영역으로 ‘액침냉각’ 키워드를 향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진 일부 종목에서만 주가 변화가 감지되지만, 증권가에선 상장사들 주요 움직임이 몰린 하반기에 본격적인 상승 랠리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정유주 새 먹거리 '액침냉각'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특수공조기업 케이엔솔은 최근 한달 주가가 17.39% 올랐다. LG전자가 지난달 말 냉각시스템 관련주로 급부상하며 주가가 연고점(11만500원)에 도달한 뒤, 이보다 구체화한 액침냉각 종목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새롭게 관련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GS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주, GST 등 일부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주목하는 증권사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달 주가는 대부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AI 수혜주 분석에 열을 올리는 곳들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액침냉각이란 서버 등 전자장비에 열이 발생하면 이를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기술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를 사용한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기존 방식보다 전력 소비량을 30% 아낄 수 있다. 비전도성 액체는 주로 기름(윤활유)을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계에선 정유업체들 출사표가 먼저 이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최근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B100’을 액침냉각 기반으로 설계하는 등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GS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을 수혜 종목으로 꼽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제품을 첫 출시 하고 올해 하반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비상장사 GS칼텍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주사 GS 주가에 영향을 줄 요소다. 에쓰오일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 실증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 다양한 수요처가 존재해 관련 상장사들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산하의 비상장사 SK엔무브 역시 올해 제품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또 다른 자회사 SK온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 주가 상승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예측도 나온다.

"AI 인프라株, 하반기 흔든다"

정유 외 업종에선 한발 앞서 시장 관심을 받은 LG전자를 향한 기대도 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수랭식·액체·액침냉각 기술을 모두 보유 중이지만 전통적 가전 업체로 인식돼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GST가 있다. GST 역시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온도조절 장치(칠러)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다. 반도체 투심에 따라 주가 등락폭이 큰 종목이지만, 최근 개발 난도가 높은 ‘2상형 액침냉각 시스템’ 제작에 뛰어드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케이엔솔은 스페인의 냉각시스템 선두 업체 서브머와의 협력이 강점으로 꼽힌다.액침냉각 시장은 아직 실적으로 가시화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다. 하지만 수요처가 다양해지고 있어 하반기부터 꾸준한 우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실제 돈을 버는 AI 소프트웨어(SW) 서비스의 수혜주를 찾기 어려운 상태라 인프라 영역의 투자가 몰릴 것”이라며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관련주는 하반기에도 상승이 이어질 테마”라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2년 3억3000만달러(45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1억달러(2조9000억원)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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