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 대표 "프리즈 서울처럼 붐볐던 곳 없어…韓 진출 검토"

지난해 국내 최대 미술축제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330여개 갤러리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부스는 단연 영국 ‘로빌란트 보에나’였다. 안드레아 바카로, 마르크 샤갈 등 올드 마스터의 작품부터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의 3m 높이 대작 ‘게이징볼’까지.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작품을 한꺼번에 들고 온 덕분에 부스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1999년 로빌란트 보에나를 창립한 마르코 보에나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국제 디자인·아트페어에 참여했지만 프리즈 서울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린 건 처음이었다”며 “미술에 대한 한국 대중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했다. 보에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알트원에서 개막한 로빌란트 보에나의 첫 아시아 대규모 전시 ‘서양 미술 800년 -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영국 런던내셔널갤러리 등 굵직한 미술관들과 작품을 거래하는 로빌란트 보에나가 아시아 첫 전시 장소로 미술관이 아닌 더현대서울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처음엔 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려면 딱딱한 미술관보다 생동감 넘치고 젊은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필요했는데, 더현대서울 알트원이 그런 면에서 딱 적합했다”고 강조했다.
로빌란트 보에나는 유럽에서도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왔다. 보테가 베네타 등 명품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전시를 열기도 하고, 몽클레어·토즈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보에나 대표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대중과 소통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예술과 상업은 대중과 소통한다는 면에서 대척점에 있지 않다”고 했다.

더현대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올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과의 연결지점이 될 전망이다. 보에나 대표는 “올해 프리즈 서울 부스에선 알트원에 전시된 데미안 허스트 작품의 또 다른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관객들이 프리즈 서울과 알트원을 오가면서 미술 축제의 열기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로빌란트 보에나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에나 대표는 “최근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한류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한국 건축가가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전세계 갤러리들이 K아트를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방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