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오빠 사랑해요"…20대 독일인에 반응 폭발한 이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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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독일 AI 인플루언서 '마누'"칸트 오빠 사랑해요."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AI 복제
칸트 탄생 300주년 기념
외모·성격·메시지 모두 칸트 빼닮아
칸트 초상화 바탕으로 얼굴 생성
독일 광고 회사 '융 폰 마트' 제작
최근 한 독일인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계정에 이같은 내용의 한국어 댓글이 달렸다. 훤칠한 그의 외모를 칭찬하며 이러한 댓글을 남긴 것이다. 이외에도 "나 칸트 사랑했었네"라는 한국어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영어와 독일어로도 그의 외모에 감탄하는 댓글들이 여럿 달렸다. 이 게시글 외에도 해당 계정에는 삶에 귀감이 될만한 좋은 글귀나 잘생긴 외모의 독일인이 책을 읽고 거리를 걷는 영상들이 게재돼있다. 해당 인스타그램 운영자는 자신을 '마누 칸트(Manu Kant)'라는 이름의 23세 독일인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름을 접하고 보니, 1724년에 태어나 18세기에 독일에서 활동했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 외모도 얼핏 비슷하게 생긴 모습. 자세히 보니 그가 소개하는 철학 문구도 칸트의 저서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사실 이 계정은 임마누엘 칸트의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이른바 'AI 칸트' 계정이다. 영상 속에 등장한 마누 칸트는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인 것이다.처음엔 잘생긴 외모에 관심을 보이던 팔로워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해외 팔로워 등 누리꾼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다", "이제 우리가 보는 것도 100% 사실임을 믿을 수 없는 시대다", "AI 기술이 이렇게 정교하게 발전했다니" 등의 반응을 내놨다. 이 계정은 독일의 사회 단체인 '칸트와 쾨니히스베르크의 친구들(Friends of Kant and Königsberg)'과 광고 회사인 '융 폰 마트 크리에이터스'가 합작해 만들었다. 영상이나 사진 등 콘텐츠는 대역 배우의 움직임에 칸트의 얼굴을 합성시켜 제작했다. 칸트의 실제 초상화 등 남아있는 이미지를 AI로 학습시켜 현대에 맞게 얼굴을 보정한 것이다.
이목을 끌만한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재탄생한 AI 칸트는 그의 심오한 철학적 개념을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해 전달했다. 예컨대 한 게시물에서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Flowers'라는 노래 가사를 분석해 자기 존중과 자율성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칸트의 이론과 접목시켰다.제작사에 따르면 AI 칸트 계정은 생성형 AI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해 제작됐다. 칸트와 관련해 전해지는 자료를 토대로 마누의 외모, 목소리, 텍스트 최대한 칸트와 닮게끔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초기에는 칸트 초상화를 기반으로 AI가 생성한 얼굴을 대역 모델에 투사하고, 점차 정교화해나가는 식이다.
지난 1월 3일 첫 게시물을 올린 이 AI 칸트 계정은 300번째 생일인 4월 22일에 정점을 찍고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 계정은 지난 1월 인스타그램에 출시된 이후 38만4800회 이상의 노출을 달성하고 8만2400개의 계정에 도달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제작사인 융 폰 마트 측은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2024년은 평화와 공존을 강조하는 칸트의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융 폰 마트의 디렉터인 로버트 앤더슨은 지난달 8일 미디어캣매거진 등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인문학적 사고를 장려하는 것이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 페르소나를 활용한 역할극이 새로운 세대에게 칸트 사상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그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에도 푹 빠지게 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테이블 디퓨전은 국내에서도 웹툰 제작 등에 활용되고 있는 생성형 AI 이미지 도구다. AI 웹툰 제작 스타트업 리얼드로우의 최상규 대표는 "위 칸트 영상은 대역이 움직이는 영상의 컷을 일일이 잘라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붙인 것"이라며 "실무에서 쓰이는 기술을 활용하면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며 "이 정도의 정교함은 현업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