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국가들, 한때 위기 딛고 유로존 '경제 우등생'으로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때 'PIGS' 오명…"저임금 등은 여전히 과제"
2010년대 초반 유럽 재정 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에는 오히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내 주변국들을 넘어서는 경제 '우등생'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을 거론하면서, 올해 유로존의 전체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스페인·그리스의 성장률은 2%를 넘어설 것이라는 EU 당국의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재정 위기 당시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은 국가명의 머리글자를 묶어 '돼지'라는 의미를 지닌 'PIGS'로 불렸으며, 무책임하고 게으르며 비생산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광산업 호조, 수년간에 걸친 경제 자정작용 및 그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 등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발표를 보면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한 가운데, 스페인·포르투갈의 성장률은 각각 0.7%로 유로존 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주요국인 프랑스·독일의 성장률은 각각 0.2%에 그쳤다.

이들 남유럽 국가의 GDP 대비 부채 비율 역시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8년 9월 187.4%를 기록한 후 코로나19 대응 여파로 2021년 3월 210.3%까지 찍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10여년 만에 최저인 161.9%로 내려온 상태다.

해당 수치는 포르투갈의 경우 2021년 3월 138.1%에서 지난해 12월 99.1%로, 스페인의 경우 2021년 3월 125.3%에서 지난해 12월 107.7%로 내려왔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인 'BBB 마이너스(-)'로 상향한 반면,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등급은 재정적자 심화를 이유로 11년 만에 'AA'에서 'AA-'로 낮추기도 했다. 다만 노동시장 등에서 재정 위기 당시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국가 평판 재고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스타트 통계 기준 포르투갈·그리스의 최저임금이 월 1천 유로(약 148만원)를 밑도는 만큼 이들 국가에서 임금 문제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블룸버그는 PIGS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의 경우 아직 경제 회복세가 더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