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에 팔렸대" 파다한 소문…반포 집주인들 '술렁'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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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주말 사이 50억원 거래설 확산지난 주말부터 '부촌 1번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 소문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50억원에 팔리며 '국민평형 50억' 시대를 열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탓입니다.
'아크로리버파크'도 49억8000만원 거래설 돌기도
"국민평형(전용 84㎡) 50억 시대 나올까"…지역 주민들 '주목'
"부정확한 소문…집값 부양 의도 있을 수도"
인터넷 블로그와 부동산 카페, 부동산 단톡방 등에는 50억원에 팔렸다는 집의 사진까지 함께 공유되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난 창 한쪽으론 세빛섬과 한강이, 맞은편으론 잠원한강공원과 한남대교가 펼쳐져 있습니다. 구체적인 매각 가격은 소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49억7000만원 설과 49억9000만원 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신고가 소문이 확산하면서 단지 내 개업중개사들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한 개업중개사는 "지난 주말부터 단톡방에서 봤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제 업무를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중개사도 "래미안원베일리가 '국민평형 50억 시대'를 열었다고 하니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간만의 전화 세례에 기쁘기도 하지만, 정작 실속은 없어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소문의 실체에 대해 단지 내 개업중개사들은 "알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발생한 거래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개업중개사는 "최근 분위기가 좋아졌다곤 하지만, 그 정도(전용 84㎡가 50억원에 팔릴 정도)는 아니다"며 "그런 거래가 나왔다면 중개사들 사이에선 몇 동 몇 호인지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래미안원베일리 50억 신고가 '소문'…중개사들 "그런 매물 없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함께 올라온 사진을 보면 101동 전용 84㎡ O 타입"이라며 "호가 50억원짜리 매물이 몇 있긴 하지만, 해당 타입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최근 거래가는 지난 4월 42억5000만원(32층)입니다. 소문대로면 집값이 두 달 만에 7억원 이상 올랐다는 것인데, 현장의 개업중개사들은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집값이 한창 오르던 지난해 7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도 50억에 미치지 못하는 45억9000만원(13층)이었기 때문입니다.일각에서는 집값을 띄우려는 집주인들이 만든 낭설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개업중개사는 "지난달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에서 전용 84㎡가 49억8000만원에 팔렸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경쟁의식을 가진 집주인들이 '래미안원베일리도 50억원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소문을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소문도 마찬가지로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뜬소문이 이어지면서 실제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소문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입니다. 단지 내 개업중개사들은 소문을 접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둘지 고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집값 상승 기대감도 확산…"소문이 집값 올릴 수도"
한 개업중개사는 "호가를 올리겠다거나 지금 가격엔 못 팔겠다며 매물을 내리겠다는 집주인도 있다"며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고가 아파트는 명확한 시세가 없기에 이런 소문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커졌습니다. 한국은행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전월에 이어 101을 유지했습니다. 기준선 100을 넘으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인데, 두 달 연속 기준선을 넘겼습니다. 한국부동산원도 6월 첫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3월 말 상승 전환해 11주 연속 올랐다고 집계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장 교란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변곡점에 들어선 만큼, 집값을 띄우고자 하는 인위적인 시도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과거에도 정확하지 않은 실거래가 소문을 퍼뜨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아직 과열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인위적으로 집값을 띄우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