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북미 전기차 시장…혼다, 나홀로 '돌격 앞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10조엔 투자
캐나다·美 오하이오에 생산거점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가 북미에서 전기차 투자 확대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로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는데, 혼다만 관련 투자를 늘리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서다.

사진=REUTERS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혼다를 “현재 북미에서 전기차에 가장 열성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평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는데 일본 기업인 혼다는 유일하게 올해 북미에서 전기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6일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조엔(약 8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연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해 신차의 4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2035년까지 신차 판매의 80%를, 2040년까지는 100%를 전기차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혼다는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7억달러(약 9639억원)를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장을 짓는다. 지난 4월 캐나다에 전기차 제조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데 11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런 움직임은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축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GM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더 이상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120억달러(약 16조5120억원) 규모 전기차 투자를 보류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4분기보다 15.2%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 오랫동안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온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분기 51.3%로 작년(61.7%)보다 크게 낮아졌다.

시장 둔화세를 역행하는 혼다의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산업 분석업체 뱅크스리포트의 창립자 클리프 뱅크스는 혼다에 대해 “단순히 (다른 자동차업체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반영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혼다도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비용 압박을 느끼고 물러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