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의 종말?…복합쇼핑몰은 홀로 성장

산업 리포트

여의도·판교점, 현대百 성장 주도
스타필드는 분기 영업익 4배↑
아이파크몰도 매출 10% 껑충

맛집·스포츠 등 체험공간 인기
체질개선 롯데도 쇼핑몰엔 투자
현대백화점은 2021년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이라는 전에 없던 스타일의 백화점을 세웠다. 매장 한가운데에 초대형 공원을 넣고, 지하철과 이어지는 가장 입지가 좋은 곳엔 2~3주마다 브랜드를 바꾸는 등 쇼핑몰에 공간 개념을 강화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그것도 과거 ‘유통가의 무덤’으로 불린 여의도에 백화점이 들어서자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결과는 반대였다. 더현대 서울은 작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 역사상 최단기간에 1조원을 달성했다.

스타필드도 비슷했다. 2016년 경기 하남에 초대형 쇼핑몰 ‘스타필드’가 문을 열었을 때 “너무 커서 매장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스타필드 하남은 곧 지역 ‘명소’가 됐다. 이후 서울 코엑스몰, 고양, 안성, 수원 등에 들어선 스타필드도 지역 대표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유통 종말’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 복합쇼핑몰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을 성장 사업으로 분류하고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이파크몰, 2030 방문객 몰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필드 운영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올 1분기 영업이익 122억원을 거뒀다. 작년 1분기 29억원과 견줘 4배 넘게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처음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해 연간 이익은 946억원이다.

서울 용산의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도 올 1분기 매출이 1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급증했다. 3층과 6층 패션 공간을 새롭게 꾸미느라 일부 영업장이 문을 닫고 공사 중인데도 거둔 성과다. 아이파크몰은 테니스와 스쿼시를 혼합한 라켓 스포츠 파델 경기장을 지난 4월 국내 유통사 중 처음 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옥상 공간을 활용해 풋살 경기장을 2012년 국내 유통사 가운데 처음 연 것도 아이파크몰이다. 풋살 경기장 이용자는 지난해 30만 명을 넘어섰다. 아이파크몰은 중앙 야외 정원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무료 영화 시사회를 하는 등 20~30대 젊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현대백화점도 복합쇼핑몰 형태를 띤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 들어 5월까지 더현대 서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1%나 뛰었다. 판교점 매출 증가율 또한 8%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13개 매장의 전체 평균 매출 증가율 3.3%를 크게 웃돌았다. 이 두 곳은 작년에도 매출이 15% 안팎 증가하는 등 현대백화점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롯데도 쇼핑몰 전담조직 꾸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이 일제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복합쇼핑몰은 예외다.

마트와 슈퍼 매장 체질 개선에 들어간 롯데그룹조차 복합쇼핑몰은 계속 늘리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복합쇼핑몰 사업을 본격 확장하기 위해 올초 ‘쇼핑몰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롯데백화점 수원점을 리모델링한 뒤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재개장한 것도 이 사업본부가 주도했다. 타임빌라스는 물건만 파는 백화점 모델에서 벗어나 체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지향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매장 곳곳에 배치하고, 무신사 스탠다드 등 기존에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매장을 넣었다. 1100명이 앉을 수 있는 초대형 푸드코트도 배치했다.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를 대구, 인천 송도 등에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작년 12월 착공한 대구점은 2026년 9월 개점하는 게 목표다. 송도점은 지난해 건축 인허가를 받아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송도점에는 특히 쇼핑몰에 더해 200여 개 객실을 갖춘 리조트까지 들어갈 예정이다. 쇼핑, 레저, 휴양 등을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송도의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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