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습적 北 도발, 한 발 두 발 밀리면 끝없이 떨게 된다

북한 김여정이 우리의 확성기 방송 재개에 “적반하장 격 행태”라며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어불성설이다. 확성기 방송과 ‘9·19 합의’ 효력 정지는 오물 도발이라는 대응하기 여간 어렵지 않은 ‘회색지대 전술’에 대한 정당한 방어이고, 북한이 자초한 일이다.

김여정이 ‘새로운 대응’ 협박을 한 만큼 우리의 대비태세에도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북한은 목함지뢰 같은 허를 찌르는 도발부터 확성기 사격, 무인기 공격,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긴장 고조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할 수 있다. 우리 군의 ‘즉강끝’ 응징, 도발 땐 몇 배로 대응, ‘감내하기 힘든 조치’가 수사로 끝난다면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알고, 더 길들이려고 할 것이다. 물론 든든한 안보 대책 없이 충돌 위기로만 몰아가선 안 되지만, 북한의 ‘벼랑 끝 도발’에 끌려다니면서 우리 국민의 안위가 위협받는다면 국가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처사다. 오히려 결기 있게 대할수록 북한이 꼬리 내린 사례는 많다. 목함지뢰 도발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고사총으로 맞서던 북한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우리 군의 자주포 수십 발 발사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이 느닷없이 대화의 손을 내민 것도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미국의 강공 때문이었음은 익히 아는 바다.

다른 사안으로 아무리 싸우더라도 외부의 적이 우리를 위협할 땐 뭉치는 게 지극히 정상이나, 우리 정치권을 돌아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남북 모두 유치한 치킨게임은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졸렬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오물 풍선이 언제 폭탄과 생화학 물질을 실은 무기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최소한 대응인 확성기 방송을 그렇게 표현하는 인식에 놀랄 뿐이다. 북한의 남남갈등 전략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여기서 밀리면 우리 국민이 한없이 떨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