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작곡앱으로 팀 쿡 사로잡은 韓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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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애플 경진대회 '최종 14인' 한동대 이신원 씨

악보 없이 손짓으로 작곡 앱
쿡 CEO에게 시연·설명
35개국 350명 중 최종 선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한동대 대학생인 이신원 씨(앞줄 왼쪽 두 번째) 등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 수상자들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뒷줄 왼쪽 다섯 번째)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애플 제공
“악기와 악보 없이 누구나 작곡할 수 있어요.”

이신원 씨(22)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에 참석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직접 개발한 앱을 시연한 뒤 설렘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닿으면 소리가 나는 멜로디 앱은 쉽고 간단하다”며 “흥미롭게 음표 학습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눈과 손을 활용해 인지 능력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2020년 시작된 애플의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는 매년 우수한 코딩 실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스위프트는 애플의 개발언어 이름이다. 애플의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날 열렸다. 이번 챌린지에는 전 세계에서 50명의 학생이 초청받았다. 수천 명의 지원자 중 선정된 35개국 350명의 수상자 가운데 우수상을 받은 이들이다. 두 명의 한국인 중 한 명인 이씨는 최종 14인에 뽑혀 쿡 CEO 앞에서 앱을 시연했다.

이씨는 “멜로디 앱은 각 손가락의 끝을 인식하고 엄지손가락 끝과 다른 손가락 끝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며 “양손을 활용하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높은 도까지 8개 음을 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은 사용자가 음표에 맞춰 손가락 제스처를 움직이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반짝반짝 작은 별’과 ‘징글벨’ 등 간단한 곡을 연주해 볼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가 있다.

쿡 CEO는 이씨의 앱에 대해 “애플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신원 학생이 자신의 창의성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볼 수 있어 기쁘고 그가 앞으로 보여줄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5월 선정 소식을 들은 뒤 실제로 미국에 온 것이 꿈만 같았다”며 “팀 쿡을 만나서야 수상한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초등학교 시절부터 코딩에 관심을 보인 이씨는 학창 시절 블록 코딩과 로보틱스 등을 배웠다. 이후 한동대에 진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씨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컴퓨터 공학과 전공 학생으로 스스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앱은 보완 작업을 거쳐 연내 앱스토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상자 중에는 이씨 외에 또 다른 한국 참가자도 있다.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 앱을 개발한 장지아 씨다. 이씨와 장씨 등 이번 챌린지 행사에 선정된 50명의 학생에겐 WWDC 참관 자격이 주어진다. 애플 디벨로퍼 프로그램 1년 회원권, 스위프트 인증서 취득을 위한 무료 바우처 등도 받는다.

이씨는 앞으로도 개발자의 길을 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돼 애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앞으로 증강현실(AR) 분야 전문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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