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말라" 美 서부 이어 동부 파업 예고…해운임 또 오르나

동부항만노조, 해운사와 계약 협상 중단
"인력 없이 자동제어관문으로 물류 처리"
6년 계약 9월 만료…10월1일부터 파업
中 수출, 홍해사태 등에 해운임 상승추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에서 예인선이 파손된 컨테이너선 달리호를 시거트 마린 터미널로 이동시키고 있다. 달리호는 지난 3월 프랜시스스콧키 다리에 충돌해 다리를 무너뜨렸다. /AFP
미국 동부 항만 노조가 해운사들의 항만 자동화에 반발하며 10일(현지시간) 임금 협상을 중단했다. 이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지난해 서부 항만노조 파업으로 촉발된 물류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급등하는 해운 운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동부 해안 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 해운동맹(USMX)과의 협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ILA는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앨라배마주(州)에서 ILA 인력 없이 트럭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자동 제어 관문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마스터 계약(해당 노조 사업장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계약) 협상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해롤드 대거트 ILA 회장은 "주요 기업 중 하나가 자동화를 통해 ILA 일자리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현재 계약을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USMX와 새 계약을 협상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ILA와 USMX가 2018년9월 체결한 계약은 오는 9월30일 만료된다. 양 측은 지난 2월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노조가 지역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마스터 계약 기한으로 설정한 5월17일은 이미 지났다. 대거트 회장은 현재 계약이 만료되기 전까지 새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ILA 측은 "대거트 회장은 모든 지역 주민들에게 10월 1일 파업에 대비할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ILA 관계자들은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서 서부해안노조(ILWU)가 지난해 체결한 6년 간 임금 32% 인상 계약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ILA는 현재 시간당 20~37달러의 임금을 받고 있다. 연공과 숙련도, 위험 수당, 초과근무 수당, t(톤)수 보너스 등에 따라 연간 15만~25만달러 사이 수입을 얻고 있다. ILA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2022~2023년 서부 항만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물류 대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시 캐나다 서부 해안에서 ILWU가 13일간 파업한 결과 120억달러 이상 규모의 물동량 처리가 지연됐고 밀린 컨테이너들을 처리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CNBC는 당시 서부 해안을 피해 뉴욕·뉴저지·버지니아주 등에 물동량이 몰렸으나, 최근 반대로 서부 해안으로 물동 흐름이 역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 해안 파업 리스크는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국제 해운 운임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이해운교역소(SSE)에 따르면 지난 7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4.6% 상승한 3184.87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SCFI 지수가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3000대를 돌파한 뒤 더 올랐다. 미국·유럽의 중국산 제품 관세를 앞둔 중국 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출 증가, 홍해 사태 장기화,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 등이 해운 운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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