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출·고속도로 국유화 우려에…관련 주 5% 넘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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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파 약진에 유럽 주식·채권·환율 모두 하락유럽연합(EU) 의회 총선거에서 강경 우파가 약진하자 10일(현지시간) 유럽 주식·채권 가격과 환율이 모두 하락했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집권여당 르네상스에 대승을 거두며 은행·인프라·에너지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공공지출 확대, 인프라 국영화, 신재생에너지 축소 등이 불러올 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유로스톡스600 0.27%↓ 독일 DAX지수 0.34%↓
르펜 '국민연합' 약진에 佛 은행·에너지주 고전
독·프·이 국채가격 떨어지고 유로달러 환율 하락
이날 범유럽 벤치마크 지수인 스톡스600은 전 거래일보다 0.27% 하락한 522.16에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CAC 40지수는 1.35% 하락한 7893.98, 독일 DAX지수는 0.34% 하락한 18,494.89를 기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 총선에서 패배한 뒤 국내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프랑스 주가는 급락했다. 이날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가 각각 7.46%, 4.76% 떨어졌고 크레디트아그리콜 주가는 3.59% 하락했다.
프랑스 은행주 하락은 프랑스-독일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125%포인트 오른(국채 가격 하락) 연 3.229%, 독일 10년물 국채는 0.066%포인트 오른 연 2.684%에 거래됐다. 두 국채 간 금리 격차는 0.545%포인트로 지난 1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국채 보유 비중이 높은 프랑스 은행들에게 프랑스 국채 약세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은 국민연합이 집권하면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늘려 국채 가격은 하락(국채 금리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합은 2022년 대선 당시 △30세 미만 근로자 소득세 면제 △빈곤층·중산층 상속세 폐지 △휘발유·난방연료·전기·가스 부가가치세 20%→5%로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는 이러한 공약을 실현하는 데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1000억유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극우 정당 약진에 따른 횡재세 도입 우려 역시 은행권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요한 숄츠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국민연합의 개입주의 경제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며 "유럽 다수 지역에서 은행은 횡재세, 배당금 및 자사주 강제 매입 등 포퓰리즘(인기 영합 정책)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강경 우파 조르자 멜라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8월 자국 은행에 전년도 순자본수익(예대마진)의 4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한시적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
프랑스 고속도로 운영사인 에파지의 주가도 5.48% 떨어졌다. 고속도로를 국유화하겠다는 국민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또 강경 우파의 신재생에너지 축소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에너지기업 엔지 주가는 3.2% 내렸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0.35% 하락해 유로당 1.0762달러에 거래됐다. 홀거 슈미딩 베렌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러시아를 막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후를 보호하고, 이민을 관리하고, 중국을 상대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포퓰리스트 우파의 약진과 프랑스의 조기 총선은 다국적 EU의 의사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