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빚 1억에 이혼할까 고민하다가"…30대에 건물주 '반전' [방준식의 재+부팅]

직장 나와 전업투자자 변신한 김진옥 씨
결혼 8년차에 덜컥 생긴 빚 1억
경매 공부하며 재테크 뛰어들어
"지방 부동산 투자로 30대 건물주 됐죠"
"결혼 8년 차에 남편이 사기를 당했었어요. 한순간에 빚이 1억원이 생겼죠. 둘 다 벌이가 제법 좋았는데 재테크를 할 줄 몰라 모아 놓은 돈이 한 푼도 없더라고요. '이번 생은 망했다, 이혼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후로 한 달에 네 식구가 식비로 16만원씩 썼어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 1년 반 만에 빚을 청산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경매 공부를 시작했어요. 지방에 다가구부터 아파트, 모텔까지 투자에 나섰죠. 그렇게 30대에 건물주가 됐습니다. (웃음)"
전업 투자자로 변신한 '당근자판기'(닉네임·김진옥·39) 씨가 처음으로 투자한 충북 청주 다가구 주택 매물 모습.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지속 적인 현금 흐름을 내고 있다.
부동산 경매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강남권뿐 아니라 비강남권에서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를 넘기는 곳들이 늘고 있다. 경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2.9%로 전월 대비 3.8%P 높아졌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경매 시장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전업으로 경매 투자를 하는 한 전문가는 말했다.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적더라도 지방에 투자할 곳은 많아요". 30대에 꿈에 그리던 건물주가 된 '당근자판기'(닉네임·김진옥·39) 씨의 이야기다.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전업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당근자판기'(닉네임·김진옥·39)입니다. 간호대를 나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12년 동안 일했어요. 그러던 중 결혼 8년 차였던 2016년에 빚이 1억원이 생겼어요. 남편이 저 모르게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더라고요. 저와 남편 둘 다 벌이가 좋았는데, 통장을 보니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더군요. 소득이 높은데, 그만큼 소비도 엄청나게 컸던 거였죠. 정말 이혼까지도 결심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본격적으로 재테크에 뛰어들었죠."

Q. 재산이 마이너스였다고요.
"재테크는 정말 하나도 몰랐었어요. 예·적금도 안 하고, 수중에는 청약통장밖에 없었죠. 마이너스 1억원에서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정말 악착같이 모았던 것 같아요. 4인 가족 한 달 식비로 16만원을 썼으니까요. 미용실도 안 가고 머리는 직접 잘랐죠. 옷이나 가방도 끈이 떨어질 때까지 쓰다 보니 16개월 만에 전부 상환을 끝냈죠. 절약 습관이 몸에 배면서 돈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빚을 다 갚고도 6개월 만에 6000만원을 모았으니까요."

Q. 곧바로 경매에 도전하셨다고요.
"아주 단순했어요. 일반 매매보다 매물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손해는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2018년 당시 경매는 처음이라 시장 상황을 잘 몰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물은 안정적인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이었어요. 직장인으로서 월급 외에 안정적으로 현금이 나오는 매물을 꿈꿔왔거든요. 그래서 전부 상가나 다가구 월세 세팅이 가능한 물건들을 노렸어요. 만약 그때 아파트를 샀었다면, 아마 더 부자가 됐을 수도 있을 거예요. (웃음) 하지만 당시에는 그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Q. 가장 먼저 노렸던 지역은 어디인가요.
"충북 청주에 3층짜리 다가구 주택을 매입했어요. 서울에서는 당시 제가 가진 금액으로는 건물을 살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시골은 아니면서도 가까운 곳을 찾던 중 청주를 알게 됐죠. 청주는 85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고, 산업단지도 커서 매력적이었어요. 당시 매물을 4억 7000만원에 낙찰받았어요. 현금은 6000만원이었고, 나머지는 대출받았죠. 그렇게 해도 여전히 1억5000만원이 모자라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했죠."

Q. 친구가 선뜻 돈을 빌려주셨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었어요. 돈거래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친구들이 35살의 저에게 1억이 넘는 돈을 빌려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죠. 돈은 2개월 뒤에 곧바로 이자도 2배로 얹어서 갚았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 '아무리 친해도 뭘 믿고 나한테 돈을 빌려줬니?'라고 물어봤더니, '얘가 진짜 여기에 인생을 걸었구나'라고 하더라고요.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이 실패할 리 없다고 믿었던 거죠. 평생의 은인이죠. (웃음)"

Q. 청주까지 실제 매물을 보러 자주 가셨었나요.
"낙찰을 받기 전, 청주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경매 매물은 내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요. 직장을 다니면서 다가구 수리, 명도, 임대를 전화로 처리했죠. 그렇게 잔금을 치르고 나서 한 달 만에 9가구 전부 임차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대출 이자를 제외하고 한 달 250만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적은 금액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생각해요."
전업 투자자로 변신한 '당근자판기'(닉네임·김진옥·39) 씨가 투자한 전북 전주에 위치한 상거 매물과 주변 상권 모습.
Q. 다음은 어떤 매물을 낙찰받으셨나요.
"곧바로 상가 낙찰을 노리게 됐어요. 이번에는 전북 전주에 있는 물건이었죠. 제한적인 투자금으로, 월세 세팅을 더 많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역 위치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죠. 엘리베이터를 갖춘 건물의 5층에 위치한 매물이었습니다. 요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이어서 이미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어요. 크기는 50~60평 정도 상가를 2억원에 낙찰받았죠.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세팅할 수 있었습니다."

Q. 자본 금액을 늘리셨다고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던 모텔 매물들이 저렴하게 나오는 것을 봤어요. 강원도 강릉에 있는 6층짜리 모텔을 샀어요. 2000년대 초에 지어진 건물이었고, 방은 13개였죠. 에어비앤비를 부업으로 했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한곳에 모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7억5000만원짜리 매물을 깎아서 6억7000만원에 매입했죠. 비슷한 매물을 서울에서 사려면 40억~50억이 필요했지만, 강릉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Q. 수익은 어떤가요.
"모텔이 낡아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어요. 수리 비용으로 1억 3000만원이 들었죠. 강릉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해요. 주말과 주중마다 매출 편차도 있죠. 비수기 기준으로는 월 3000만원 정도 이익을 얻었고, 성수기인 7~8월에는 월 8000만원까지 벌기도 했습니다."
전업 투자자로 변신한 '당근자판기'(닉네임·김진옥·39) 씨가 강원도 강릉에서 운영중인 모텔 외관 모습.
Q. 건물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서울에서 강릉까지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설비도 잘 모르던 차에, 보일러가 또 터지는 일이 벌어졌죠. 그때 강릉이 도시가스가 안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심야전기로 밤에만 온수가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강릉은 겨울에 너무 추워서 밤에만 난방해서는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스 공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도 있었어요. 돈이 없어서 인테리어를 저렴한 곳에서 했더니, 화장실 방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고요. 물이 건물 전체로 흘러내려서 큰 문제가 됐죠. 한 달간 수리 비용만 1억원이 더 들어갔어요. 성수기 때 번 매출이 전부 들어갔었죠."

Q. 인테리어 업체 선정 노하우가 있다고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견적을 받을 때 최고 금액 제안 업체와 최하 금액 제안 업체를 제외하고 중간 정도를 선택해야 해요. 저는 제일 싼 곳으로 했다가 이런 사고가 발생했거든요. 그해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스태프들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매니저는 따로 두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만 직접 가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강릉 모텔이 누수로 인해 재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생각지도 못하게 1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Q. 단기임대로 시너지를 내신다고요.
"청주 다가구 주택의 임대 수익을 어떻게 더 높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전·월세 물건은 1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해놓아도 임차인이 나가면 집이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수리 비용이 계속 들어가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이럴 바엔 방 2개를 공실로 그냥 비워둘 정도였죠. 그러다 임차인들을 내보내고, 2024년 4월부터 단기임대로 전환했어요. 청주에는 대학교도 있고 산업단지도 있어서 수요자들이 많더라고요. 월세 60만 원짜리 방을 단기임대로 내놓으니 한 달에 15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현재 방 6개를 돌리고 있어서 수익이 3~4배로 늘어났죠. 집도 단기 임대 세입자가 나갈 때마다 상태 확인이 가능해 더 깔끔하게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Q. 단기 임대 장점이 크다고요.
"아파트 경매를 하면서 낙찰을 받고 명도 후 팔 때까지 공실로 비워두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동안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단기 임대를 맞춰 임대료를 얻고 있어요. 공실 기간에도 임대 수익이 생기니까 관리비와 이자를 내고도 돈이 남아요. 게다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텅 빈 집보다 사람이 사는 집을 더 선호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매가 더 잘 이루어지곤 했어요. 공실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 이익도 얻으면서 매도에도 유리한 전략이죠."

Q. 모텔 투자의 장점은 뭔가요.
"모텔의 장점은 분명해요. 일반 건물 투자는 임대료를 받아도 이자 내기가 빠듯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50억짜리 건물의 임대 수익률이 3%라면, 이자율에 따라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자기 돈으로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결국 수익을 실현하려면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죠. 반면 모텔은 한 달에 2000~3000만 원, 많게는 억대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시세차익도 볼 수 있어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Q. 어떤 매물을 골라야 하나요.
"모텔 투자 시, 주거지보다는 상업지를 골라야 해요. 1970년대에 지어진 모텔은 주거지에도 많지만, 그런 곳은 피해야 해요. 땅값 자체가 다르고, 주거지라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싸다고 해서 덥석 사면 안 되는 이유죠. 서울에 있는 20억짜리 모텔도 패스하는 게 좋아요. 노후화된 건물을 사면 수리비로만 10억이 더 들어가요. 요즘 인건비와 자잿값이 엄청 많이 올랐거든요. 건물 가격뿐만 아니라 그 외의 비용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비용과 수익 구조를 잘 따져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상업지의 매물은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런 매물을 찾는 것이 좋아요."Q. 자본이 적은 분들에게 어떤 투자를 권하시나요.
"만약 3000~5000만원 정도의 소액 자본으로 시작한다면, 합법 에어비앤비 또는 삼삼엠투 단기 임대 매물을 구해서 현금 흐름을 세팅할 거예요.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들었다면, 부동산 경매로 자본을 불릴 겁니다. 경매 낙찰 후 매매는 시세차익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단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건물 투자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소액으로도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육아’라고 답할 거예요.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엄마 혼자 어린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가정에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최근 F&B 카페를 시작했어요. 자립센터와 협력해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어요. 아빠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들을 지원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고, 일자리를 제공하여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 다양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웃음)"
경제적 자유를 찾는 '프로 N잡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책 <나는 회사 밖에서 월급보다 많이 법니다>는 서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생 재부팅에 성공한 이들의 재테크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재+부팅>은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