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이가 물건 훔쳤다"…합의금 장사로 돈 버는 무인점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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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가 방범에 무관심한 이유
경미범죄 2년새 415건 증가…무인점포 영향
'합의금 장사' 업주들 범죄 방지 노력 없어
창업 시 자체 방범시스템 갖추도록 해야

무인점포가 '절도 범죄의 온상'으로 거듭나며 당국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되는 절도범죄에 경찰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게 보안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에 이어 일부 '합의금 장사'를 하는 무인점포 업주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무인점포 증가에 경미범죄도 ↑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소액 절도 등 범죄를 선처해주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심사 건수는 지난해 8273건으로, 2년 전(7759건)에 비해 514건 늘었다.경미범죄의 증가는 코로나 시기 '우후죽순' 생겨난 무인점포들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현재 무인매장 수를 약 10만 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외에도 '무인 계란할인점'과 '무인 옷가게' 등 다양한 형태의 무인점포가 생기는 추세다. 무인가게는 '신고업'이 아닌 '자유업'이라 별도의 인허가 절차 없이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합의금으로 '월 매출'…업주들 방범 노력 미흡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주들은 범죄방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합의금 장사'가 점포의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금 대신 물건값을 변상하라고 해도 기존 상품 가격의 10배 많게는 50배까지 받아 낼 수 있다.무인점포 업계 관계자는 "절도범이 학생이나 어린아이일 경우 경찰의 도움으로 부모님에게 연락해 합의금을 받아 낼 수 있다"며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보다 몇십만원 대 합의금을 손에 쥐는 게 업주 입장에서 이득이라 정부 규제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보안시스템에 투자할 요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인매장 창업 시 절도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절제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나 고령 노인은 감시자가 없는 환경에서 범죄의 유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출입 시 신분증을 인증하고, 무인점포를 운영하기 위해선 자체 경비·방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등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