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주범" 욕 먹더니…놀라운 기술에 1100억 몰렸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핫커피 보다 낮은 온도서 철강 제조"…美 스타트업 일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사진=REUTERS
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혀 온 철강 분야에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온도' 보다도 낮은 저온 공정으로 철강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다.원래 철강은 1600도가 넘는 고로나 전기로에서 생산됐다. 특히 고로 공정의 경우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워 고온을 유지해야 했고, 코크스를 사용한 환원 공정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신생 기업 일렉트라는 최근 60도에서 철강을 만들기 시작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신선한 커피보다 낮은 온도에서 철강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핫커피의 온도가 통상 80~85도라는 점에 빗대 일렉트라의 신기술의 장점을 표현한 것이다. 일렉트라는 올해 3월 시범 플랜트를 가동했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아마존과 철강 대기업 뉴코어 등이 현재까지 총 8500만달러(약 1160억원)를 투자했다.

일렉트라는 전기화학적인 환원 공정을 사용한다. 우선 철광석을 산성 용액에 녹인다. 이는 철광석을 이온 상태로 분해하기 위한 첫 단계다. 용액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기분해가 일어나 산소를 제거하고, 철 이온이 순수한 금속 철로 환원된다. 순수한 철이 음극 표면에 쌓이면서 철판이 만들어진다.이는 고로에서 코크스를 사용해 철을 환원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기존의 전기로 공정 역시 전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철광석 보다는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고, 1600도 내외의 고온을 필요로 해 에너지(전기) 집약적인 산업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기존 방식으로 생산된 철강은 철강 1톤당 약 2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전 세계 철강 산업이 연간 약 20억 톤의 철강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렉트라의 전기화학 공정은 훨씬 낮은 온도에서 재생 가능한 친환경 전기만을 사용해 철을 환원할 수 있다. 저온 공정은 필요한 전기량을 낮춰 태양광, 풍력 등이 만드는 전기량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점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는 장점도 있다.또한 새 공법은 기존 공정과 달리 저등급 철광석을 원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확보된다. 유휴 철광석의 활용도를 높여 추가 광산 개발의 필요성도 줄인다. 일렉트라는 최근 개소한 파일럿 설비의 성공을 토대로 조만간 첫 번째 대형 공장을 건설하고, 2030년까지 100만 톤의 그린철강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업력 5년차인 일렉트라의 산디프 니자완 최고경영자(CEO)는 "철강 시장이 변곡점에 있다"며 "그린철강에 대한 수요가 공급량 추세보다 훨씬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핫이슈